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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 Jan 26. 2023

01. 퇴사하고 반년동안 무엇을 했는가?

2022년 하반기 그래서그랬어 회고

호기롭게 회사를 뛰쳐나온 것이 작년 7월. 어느덧 6개월을 꽉 채우고,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

작년 하반기동안 나는 ‘자영업자’ 타이틀을 달고 무엇을 했는가?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그래서그랬어 리브랜딩

그래서그랬어라는 이름이 낯설 분들을 위해, 이를 만들게 된 계기를 살짝 언급해보려한다.

2021년 초, 눈 내리는 퇴근길에 문득 “부업을 해야겠다!”는 즉흥적인 결심이 섰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엄마와 안목이 좋은 여동생을 살살 꼬셨고,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을 파서 각자 10만원씩 출자를 했다. 소박한 초기 자금으로는 내열 유리컵과 유리물감, 뜨개실과 자그마한 미니오븐을 구매했다.

투박한 딸의 손그림이 그려진 유리컵과, 엄마가 손수 뜬 코스터. 이 두 개를 세트로 구성하여 인스타그램으로 팔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그래서그랬어 컵 디자인과 브랜드 로고


부업으로 운영하는 브랜드인만큼, 지속가능성을 1순위에 두고 운영했다. 지치지 않기 위해서 디자인에 큰 공수를 들이지 않으려고 했으며, “세 모녀의 풀냄새나는 핸드크래프트 선물가게”라는 카피를 내세워서 ‘약간 촌스럽고 투박한 것이 우리의 매력입니다!’라고 주장해보았다.

감사하게도 그래서그랬어에 호감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생겼고, 소소한 부업 수익으로 세 모녀가 원데이클래스를 듣거나 1박 2일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주문량이 조금씩 늘자 고민이 시작되었다. 핸드메이드 제품은 분명 확장성에 한계가 존재했다. 이대로 계속한다면 이대로에서 머물 것이 뻔했다. 여태까지는 내 입맛대로 만든 콘텐츠와 제품을 낚시 바늘에 달아서 인터넷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 툭, 하고 떨어뜨려 보았을때, 운 좋게 나와 입맛이 비슷한 사람이 그것을 꽉 물고 그래서그랬어라는 뭍으로 올라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타깃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물을 보다 촘촘한 모양으로 다듬어서 던져 넣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략적인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퇴사했다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 작성했던 노션 페이지 일부


“린하게!”를 외치며 구글링으로 입맛에 맞는 브랜딩 방법론을 빠르게 긁어모았고, 이런저런 회사에서 진행했던 리브랜딩 업무들을 복기했다. 로고와 키컬러를 변경하니 바꿔야 할 것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딸려나왔다. 6개월 동안 주문했던 포장재 샘플만 당최 몇 종류이며,  도대체 제품 썸네일 디자인을 몇 번을 바꿨는지!


소품 브랜드인만큼 비주얼 요소를 재정립하는데 2022년 하반기의 시간과 노력을 제일 많이 투자한 것이 사실이나, 퇴사 직후인 7월만 놓고 본다면 한달 내내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던 부분은 단언컨대 ‘about’페이지에 들어갈 언어* 이다. ‘세 모녀’라는 키워드보다 더욱 앞단에서 그래서그랬어를 (그동안 이끌어왔으며 앞으로도) 이끌어줄 키워드, 즉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사람마다 본인의 삶을 관통하는 큼직한 주제들이 있고, 결국에는 그 사람의 브랜드에 찐득하게 녹아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몰 브랜드에게 있어서 '브랜드 가치'는 0에서 1을 만들어내는것이라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개인의 주제를 발견해내고 그것을 뾰족하게 다듬는 일에 더욱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와 관찰을 반복하며 골라낸 키워드인 ’다정'은, 나와 여동생 그리고 엄마까지 세 사람 모두가 동의하는 중요한 삶의 태도이다. 그래서그랬어의 주제어라고 볼 수 있는 ‘애착사물(爱着事物) 역시, 세 모녀 공통의 오랜 관심사이다.


*이전 글, <0.브랜드 소개글 작성하기> 에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피드로 살펴보는 리브랜딩 B&A


이번 글로 운을 뗐으니, 그래서그랬어의 브랜딩 및 실질적인 운영과정에 관련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의 글을 통해서 꾸준히 기록해보아야겠다.




2. 노마드스컬프트 독학

“3D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최근 지인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추정컨대 내가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찌저찌 야매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C4D네, 블렌더네 하는 프로그램은 2015년도형 맥북을 어르고 달래가며 쓰고 있는 나에게는 여러모로 허들이 많았기 때문에, 3D 아트웍 제작은 당분간 동경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보다가 찰흙을 빚듯 직관적으로 삼차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아이패드용 어플을 발견했다. 당장 구글링, 당장 구매. 2만원도 채 안하는 이 기특하고 고마운 어플의 이름은 노마드 스컬프트(nomad sculpted)이다.



정말이지 아이패드와 유튜브만 있다면 뭐든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지금은 유튜브로 그 때 그때 필요한 기능들을 검색해가며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수준인데, 툴이 조금 더 손에 익으면 브런치에 몇 가지 튜토리얼을 정리해볼수도 있겠다.  

노마드스컬프트로 만든 그래서그랬어 아트웍 중 하나



3. 메타광고 삽질 & 저비용 마케팅 전략 모색

가장 숙연해지는 과거이다(...). 비록 코딱지같은 광고비이긴 하지만, 메타광고라도 꾸준하게 돌려보며 주니어마케터로서 쌓아온 경험치를 증발시키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1)자사몰 sku가 3-4개 뿐이었으며 (2)옵트아웃 이슈로 이미 메타광고 효율은 이전같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작년 하반기 내내 겨우겨우 roas 1을 맞추고 자축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굳이 수확을 꼽아보자면, 조금 더 늘어난 인스타그램 팔로워...?


응애응애 울고 있는 초창기 브랜드의 팬을 끌어모으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기발하거나 에너지가 드는 시도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다. 우선은 리테일 확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올해 입점할 플랫폼들을 둘러보고 있는 한편, 네이버 검색에 걸릴만한 블로그 콘텐츠를 세팅해두어야겠다는 러프한 계획을 세워둔 상태. 아직은 진부한 전략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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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또한 시의적절하게도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계신 현직 마케터분들과 함께 브런치에 업무 기록을 하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타닥타닥 멤버들에게 무한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1년 동안 밀도있는 기록을 남겨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2022년 하반기를 갈무리하는 첫번째 그래서그랬어 성장일지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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