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오피스 작업회고 01 : 이런 사람이 작업합니다
2월 초에 텐트오피스*를 오픈하겠다고 선언한 뒤, 지금까지 손을 뻗게 된 프로젝트의 개수가 곧 10개에 이르게 된다. 뉴스레터, 맥주펍, 유튜버, 게스트하우스, 건기식, 애슬레저, 양계장, 카페... 그 장르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로고와 키비주얼을 비롯하여 포스터, 패키지, 웹사이트, 의류까지. 어플리케이션 작업도 골고루 경험하는 중이다.
* 텐트오피스 홈페이지, 혹은 <그래서,텐트오피스가 뭔데요?>를 참고해 주세요 :)
브랜딩 때문에 고민하는 자영업자 사장님이 이 글을 발견한다면, 텐트오피스의 작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어떤 것들을 추구하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아웃풋을 만들어내는지. "작업 비하인드" 너머의 "작업자 비하인드"를 알게 된다면, 이 사람에게 일을 맡겼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을지 예상을 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F&B뉴스레터 <FOOREND>의 로고작업과 밀양에 위치한 숲스테이 '숲의 하루'의 아트웍 시안 작업을 회고하다 보니,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텐트오피스의 작업 특징 중 한 가지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시각적인 통념을 살짝 비틀거나, 혹은 정반대로 적극 활용했을 때 생성되는 아하모먼트를 좋아하는 편이다. (더 똑똑한 단어들로 정확한 표현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공부를 더 해야겠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려고 하자니, 요시다 유니의 작업들을 접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번 글에서 언급할 두 개의 작업은 클리셰나 스테레오타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편에 속한다. 앞으로는 아래의 이미지들처럼 그것들을 깨부수는 작업도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FOODREND>의 발행인, 인플루언서 알렉스님은 "머리에 뿔이 달린 웃는 얼굴" 이모지를 마치 본인의 인장처럼 온라인 세상에서 애용하신다. 크리에이터의 특성이 로고 전면에 드러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해당 이모지를 활용하되, 뉴스레터의 주제인 F&B 업계를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음식을 맛보는 얼굴" 이모지를 적절하게 섞었다.
이모지라는 오브젝트의 상징성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당연하게 기대하는 바를 조금은 으스러뜨리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일상에서 평면적으로만 접했던 이모지가 입체감 있게 튀어나와 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움직이기까지 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의 의외성을 느낄 수 있도록 3D 모션로고로 디자인하였다.
'숲의하루' 사장님 부부와의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해, 우리 삶 속의 '이야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를 알게 되었다. 저마다 가슴속에 품은 이야기가 이곳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수 지으셨다는 작은 오두막 별채의 이름은 '숲이야기'.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공간은 인스타그램에서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보따리를 툭 건들기에는 "어린 시절"이라는 단어만큼 좋은 게 없다. 많은 이들의 유년기 기억 속에 존재할 법한 교구를 꺼내와 보았다. 단순하게 생긴 퍼즐조각들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칠교놀이. 숲의 하루에서 머물렀던 시간의 조각들 역시 칠교놀이처럼, 각양각색의 소중한 이야기로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여기에 이국적인 아즈텍패턴을 적절하게 섞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숲속에서 누릴 수 있는 '여행다운 여행'의 정취를 강화해 줄 키비주얼을 제안했다.
작업을 할 때 항상 시안을 2개씩 준비해 가는 편이다. 반전이라면 반전이지만, 위에서 간단하게 소개한 작업들은 모두 최종적으로 선택받지 못한 시안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과연 클라이언트는 어떤 시안을 골랐을지, 그 시안은 또 어떠한 연유로 그렇게 디자인된 걸지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텐트오피스 포트폴리오를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