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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빈 May 29. 2024

'벼락거지'처럼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박탈감은

일단 저는 그래요

작년부터 준비했던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진로직업설계라는 과목을 이수하게 되었다.


단순히 평생교육에 있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합한 진로 혹은 직업을 찾아 

원하는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분야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과제로 4차 산업혁명으로 생겨난 직업, 사라진 직업,

그리고 현재 내 직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주제를 받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CS와 컨설팅이 들어간 마케팅업무, 교육과 경영 및 조직이 들어간 인사업무 등 

자잘한 것들을 겸하는데다 개인적으로 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연하게 생각했을때는, 어쨌든지간에, 내 직업은 10년이 지나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라고 한다면 과거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생 때에도 

고용노동부 산하 진로직업 관련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던 

내가 꿈꾸던 직업(?)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도예가나 푸드스타일리스트 등등?

사람이 손으로 만드는 무언가가 곧 로봇이, 기계가 대체할 거라는 인식으로 

'사람만이'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 길고 굵게 일해라는 말을 들었던 갓 같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여러 상황에 견주어봤을 때 지금의 내 직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한 상황으로는 이런게 있었다.

내가 방송국에서 작가를 하던 시절, 그러니까 10년 전에는 

촬영감독이 찍어온 그림을 일일이 보면서 몇분 몇초에 어떤 기법으로 어떻게 찍었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몇초에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을 일일이 프리뷰를 했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누군가 공원에 가서 10분짜리 영상을 촬영해왔다고 한다면 동영상 TC에 맞춰서

00'01" FS 

00'03" 멀리서 사람 뛰어옴

00'05" 사람 손 흔드는중

             "안녕하세요~~"

00'07" NS (숨고르며) 안녕하세요! 아라리 방송 진행을 맡고있는 (숨크게쉼) 김동댕입니다


이런 행동, 컷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적어내려가야 했던 것이다.


당시 1시간짜리 영상 하나를 글로 풀었을 때 단가를 비싸게 줬을 때 14,000원이었는데,

직접 하면서, 또 누군가 맡기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피디놈(또는 메인작가)이 직접 그림 보고 자르던가, 지가 찍어온걸 몰라서 프리뷰를 일일이 쳐 해서 줘야 아는가, 개무능력한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새끼~~~' 라는 자극적인 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간 프로그램을 돌리면 알아서 그림을 글로 풀어주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 10년이 지났다. 

그 업계는 아직까지도 저러고 있다. 


물론 보수적이고 발전하지 못하는 업계이다보니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둘러 말하기를 '이런거 해봤자 부정확하니까 직접 해라~~') 것일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도 저런 단순한 일도 흔히 말하는 로봇이나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반년 전 오디오 파일을 텍스트로 풀어주는 프로그램을 찾아 사용해봤었는데 

사람의 숨소리, 억양, 말투 등에 따라 단어를 정확하게 캐치하지 못하는 것을 봤다.


마치 한 인공지능 에어컨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가 사투리로 '니 뭐꼬?'라고 했을 때

에어컨이 대답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이 예측하는 것처럼 쉽게 사장되지는 않는구나를 깨닫고 

내 직업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나 20년 이상은 거뜬하게 할 수 있겠군, 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들어가보면 무언가, 불안함과 박탈감이 느껴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정말 놀랍게도 로봇이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에는 예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예술분야에서 가장 많은 AI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그림도, 글도 '한 문장'만 말하면 척척 갖다바치는 세상이 되었다. 결국 사람은 곧 다양한 분야에서 노동의 자리를 잃을 것이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있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벼락부자의 반대말인데, 한순가에 거지가 된 것을 말한다. 전재산을 코인과 주식에 넣었더니 하한가를 친다던가, 영혼을 끌어모아 집을 샀더니 폭락을 하던가. 참 노동의 가치가 무색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산업화로 인해 내 직장, 직업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최근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이 입점한 대전역의 임대료를 두고 이야기가 많다. 월 1억의 임대료 이상을 요구하면 지점을 뺄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대전역점에서만 근무하는 140여 명의 인건비 등으로 인해 수익율이 나지 않는 시점에서 코레일이 요구한 월 4억의 임대료는 부당하다는 뜻이다. 4억이라는 비용으로 140여 명의 직원은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된다.


단순히 이러한 이슈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데, 산업화로 인해 로봇이 대체할 거리는 얼마나 많을지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아등바등 뭐 하나 더 벌겠다고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고민이 많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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