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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빈 May 22. 2024

나는 사실 밝은 사람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자본주의의 폐해 때문에 발생한 사회문제는 셀 수도 없을만치 다양하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주는게 많다보니 충분한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예전에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계급주의를 욕했지만 이제는 돈이 많으면 장땡인 세상이 되었다. 기-승-전-돈. 돈이 된다면 부업이든 투잡이든 파이프라인을 갖추는 직장인에, 돈이 된다면 일단 뛰어들고 보는 사람들까지. 이 혼돈의 세상 속에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정말 놀랍게도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는 꿈이 있다. 전기가 들어오는 무인도에서 자급자족하며 영화마을 버금가는 양의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기 싫다라는 개념은 아니고 단순히 자본주의 세상을 벗어나고 싶었다. 이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나 현실적으로 따져보니 자본주의 사회를 떠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섬을 사고, 전기를 들이며 도로를 깔고. 모든게 돈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서 기존의 삶은 또 영위하고 싶은 모순도 발견했다.


 이러니 저러니 살아야 하는데 참 아쉬운 것이 많다. 나는 사실 여기저기서 뒹굴고 누워 더러워져도 괜찮은 사람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낯설긴 하지만 말을 걸고 긍정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땅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고, 말을 걸면 사이비 취급 하는게 이 사회다. 자연스럽게 나 또한 깔끔떨며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려 하고, 초면에 죄송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결국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


 한참 '누칼협'이라는 말이 돌았다. 투정인지 불만인지 몰라도 어떠한 불편함을 이야기 하면 '그러니까 누가 칼들고 그걸 하라고 협박했음?'이라고 되려 따지는 것이었다. 이 말이 돌면서 한편에서는 '나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말을 하며 공감을 해주는 사람,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우울해서 빵을 산 것은 '아이고 그렇구나, 우리 소이 많이 속상했지? 우쭈쭈' 해주는 것이 상식이 되었으면서 회사가 어쩌고 직업이 어쩌고 하면 '누칼협'을 들먹이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그러니 어떠한 사회문제에 부딪혀도 어쩌겠냐 싶은 패배주의가 만연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까지도 발짝뛰기, 평행봉 오르기, 산책로에 있는 운동기구를 기웃거리며 한번씩 해보며 웃음을 찾는 소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보일 수 없는 모습으로 사회가 벽을 둘렀다. 개인주의니 뭐니 떠들지만 이렇게 된 원인은 분명히 있다. 이런 세상에서 언제까지 밝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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