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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빈 May 27. 2024

긱 노동자는 절망적인가, 만족스러운가

3명 중 2명 정도는 자신이 선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긱gig 노동자' 

전통적인 고용주와 직원 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노동자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우버 경제가 나타나면서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전통적인 직업과 하나 이상의 '부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하나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길 희망하며 SNS를 통한 부업이나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추가적인 돈을 벌고 있다.


많은 기술의 변화로 노동시장 역시 변화했고, 그만큼 새로운 세대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정말 이런 단순한 이유뿐일까, 많은 생각이 든다.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까지 돈을 벌어야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게 아닌가.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안정적인 워라벨을 챙기며 돈은 적게 벌어도 되니 그만큼 개인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구는 빠른 시일 내에 시드머니를 갖추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투잡 이상을 뛰는 사람의 3명 중 2명 정도는 자신이 선호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나 역시 과거 프리랜서의 대표적인 예시인 방송작가를 하면서 빨리 경력을 쌓고 프로그램 여러개를 담당하길 희망했다. 일의 강도나 노동의 가치도 역시 중요하지만 여러 프로그램을 맡으면 월 천만원 이상을 가져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예능작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월천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확실히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사 시기에 맞춰 보증금이 필요했던 나는 3개의 프로그램을 맡아 담당한 적이 있었다. 뉴스 안에 들어가는 대담, VCR을 메인으로 맡으며 특집 다큐멘터리를 서브로 하면서 한 기업의 메거진을 알바로 뛰었다.


A방송국에서 시간이 될 때마다 B방송의 섭외를 진행했고, B방송의 가편집을 보면서 C업무를 틈나는대로 했다. 덕분에 일주일 정도 되는 기간동안 쪽잠으로만 20분씩 자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방에 돈을 많이 땡길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진정한 메인작가가 아니었던 나는 몸을 갈면서 일을 해야했다.


그 당시에는 체력이 되는 젊은 피였기 때문에 가능했지, 지금 상태로 똑같은 상황을 겪는다면 아마 기절하던지, 포기하던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무식하게 열정으로만 비비는 처세는 좋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세상은 변화했고, 아무리 직장을 다닌다고 해도 한 직장에서만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되었다. 9시-6시에는 회사를, 퇴근 후 7시-12시까지는 알바를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내 주변 편의점만 해도 저녁에는 정장차림의 알바생이 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영업적 색깔이 있는 회사에서 조직을 하고 있다. 공식적인 출퇴근 시간은 10시-19시이지만 나의 퇴근 시간은 기본 밤 11시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가? 영업을 하지 않고 조직을 운영하니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누가 칼을 들고 협박을 하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현타도 많이 오고, 심지어 주말도 출근을 하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한다. 쿠팡이라도 뛰었으면 살림살이가 나아졌을까 싶지만 또, 내가 이렇게까지 적은 금액을 벌면서 밤늦게까지 회사에 있는 이유는 단순히 곧 성공하겠지라는 막연한 마음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진 못하고, 나 역시 그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성과를 결과로 보여줘야만 진급이 가능한 이 회사의 특성상 이미 나는 3년 전 실패를 맛보았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이 시기까지 태우고 있는 것인데 올해도 안되면 능력이 없겠거니 하고 포기할 요량이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몇 달 내로 그동안 받은 서러운 급여를 채울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다. 인생 한방을 노리고 지금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나 역시 당장에 비어있는 통장을 보면 투잡, 쓰리잡을 뛰고 싶은데 의미없이 시간을 들여 회사에 있을려니 죽을 맛이지만 눈 앞에 있는 돈을 쫓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쏟아 성공에 집중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과연 이게 맞는 일일까 아닐까 걱정은 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는 인생의 큰 플랜이니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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