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드빈 May 30. 2024

직장은 직장인을 구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찐하게 뽑았다


신입 채용 시기가 다가왔다.

우리 회사는 별도의 헤드헌터를 두지 않고 직접 구직 사이트를 보면서 면접제의를 한다.


시장구조가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명의 구직자의 이름과 연락처(안심번호를 사용한다)를 알기 위해서는 825원의 비용이 든다. (이것도 열람권의 가격에 따라 ~1000원까지 오른다) 정보를 열람해보면 뜻하지 않게 김민수라는 중국인이 나타나던가,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대구에 사는데 서울로 구직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볼 수 있다.


채용공고를 내어 신입채용을 해도, 면접제의를 하여 채용을 준비해도 통상 실제 출근 후 계약서를 작성하는 인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몇년 전에는 이정도까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신입 모집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6월 1일자로 신입 출근을 준비한다면 기본 3~5명 정도 입사예정인데 정작 첫 출근을 하는 인원은 2명, 그마저도 교육기간 내에 무단으로 잠수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우리 팀은 1분기 동안 모집된 인원이 단 1명이다.


물론 기업 특성 상 영업과 성과제로 운영이 된다고 하니, 불안정한 것을 싫어하는 요즘 친구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왜 우리 회사 안다녀'가 아니라 성인이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강요가 아닌 선택에 의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렇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면접 시 복장에 대해 미리 고지하고 진행하지만 츄리닝에 슬리퍼 또는 모자를 쓰고 오거나 친구와 함께 온다. 최종합격 후 복장규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필기구 등 기본적인 준비물을 안내했지만 입사 첫날 등산화에 화려한 프린팅이 되어 있는 남방, 여성이라면 크롭티까지 입고 오는 경우가 있다.


내가 꼰대인가 싶다가도 '아니, 나도 세대로는 MZ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돈을 벌러 왔으면 내가 노동력을 제공할 곳의 기본적인 매너는 지키는게 일반적인 상식인게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접촉사고가 나서 늦게 도착한다. 강아지가 죽어서 출근 못하겠다. 부모님이 아파서 일찍 가봐야한다. 진짜일 수도 있지만 내가 겪은 해당 케이스는 모두 거짓말이었고, 말 그대로 빤스런한 상황이었다. 늦잠자서 지각한다고 혼내는 것도 아닌데 본인이 혼나기 싫어서 그냥 도망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지어 강아지 사건의 당사자는 '우리 ㅇㅇ이 죽었다고 팔고 잠수타야겠다ㅋㅋ'라고 친구에게 카톡을 하다 걸렸다)


프리랜서로 첫 사회생활을 하고, 한 기업에서 조직생활을 한지는 7년째인데 아직까지도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기업이 굴러가는지 의문이다. 프리랜서였을 때에는 그저 '내일부터 나오세요' 라고 하면 바로 출근을 해서 일을 시작하고, 한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쿨하게 헤어지는 것도 기본이었다. 그런데 계약서를 쓰고 어떠한 일을 할때마다 보고서를 올리고, 퇴사를 할 때에도 많은 서류를 작성하는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잠수가 판을 치는 것이다. 


서로간의 신뢰가 없는 것인지, 이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직장인은 없는 것인지. 사회가 변화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몰라도 무언가 크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겠다. 각 기업의 팀장으로 있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를 둘러봐도 이게 비단 우리 회사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결국 또 하나의 문제에 부딪혀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가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벼락거지'처럼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박탈감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