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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빈 Jun 14. 2024

인생이란 무엇일까? 삶은, 달걀인데


나는 여러 장르 중에서도 에세이를 꺼리는 편이다.


 '나'라는 존재가 주체가 되는 것은 여타 장르와 마찬가지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너무나 개인적인 일이며 그에 대한 문제해결 역시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의 의견과 감정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감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성장소설인데,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충분히 있을만한 사소한 것이고(물론 그들에게는 너무나 사건이겠지만) 해결도 역시 납득할만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세이는 별로다. 라고 가볍게 이야기 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개인이 가진 문제가 너무나 많아서, 인생에 있어 부딪혀야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그것을 간접적으로라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에세이를 싫어하는게 아닌가. 결국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은 크고 작은 문제에 휘말리고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삶을 사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인생은 고난과 역경밖에 없고 이겨낸 사람만 좋은 삶을 보내는게 아닐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단순한게 좋다. 자기효능감도 뛰어나서 한번 생각하거나 결정했다면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그렇게 여러 해를 살았고 나빴던 일보다 좋았던 일들이 더 많다. 계획의 J라고는 하지만 머릿속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따지고 가장 마음에 드는 선택을 한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단순화한 것이다. 머릿속이 어지럽든 더럽든간에 행동 자체는 단순하다. 그런 나에게 여러가지 문제와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인생은 쉽지 않다. 


 자연에 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날이 좋아서, 흐려서, 비가 오니 그 모습을 위한 술 한잔을 기울이고 싶다. 아침에 눈을 떠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잠에 들고 싶다. 나는 이렇게 단순한 사람인데 내가 살아야 하는 인간의 삶은 버겁다. 그냥 삶은, 달걀이면 안될까?


 결국 정의내리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상황을 만나며 '나'라는 인간은 닳아가고 죽어간다. 영원을 살기엔 주어진 시련이 무겁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지만 과연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숨 잠에 들듯 그렇게 죽어갔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하나님을 믿고 무언가 행복을 비는 기도를 했을 때, 악이 그 대상자에게 와서 여러 시련을 준다고 한다. 그걸 인내하고 버티면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기도를 하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되는 시련이지 않았을까?


 나 또한 교회를 다니며 하나님을 믿었을 때가 있다. 그리고 삶에 있어 제법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열심히 기도를 하다 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 정말 신기하게 더 큰 문제가 연달아 터졌다. 상황이 잘 풀렸다면 하나님 덕이었고, 꼬인다면 내 부덕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기로 했다. 내가 못났기 때문에 이 많은 시련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당한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면 구태여 그런 일이 벌어지게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나는 조금 더 단순하게 살 가치가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 30년이 넘도록 살고 있지만 아직도 인생이란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태어났기 때문에 처절한 자본주의 계급사회를 버티며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지, 의심이 들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삶을 사는건 아니지만 조금 더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달걀처럼 둥글고 모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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