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생존하려면 얼음벽이 필요해요.
팀에 칼바람이 불어올 때
일방적인 칼바람이 불어오는 때
중간 관리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완전히 일치할 수가 없는, 기업의 요구사항과 구성원의 희망사항이 최대한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데 있습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어떤 희망사항이 자연스럽게 충족되는지 찾아 알려줄 수도 있고
구성원들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기업에 어떤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시행해 주실 필요가 있다고 대표님을 설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굉장히 어려운 경우가 존재하는데
두 이해관계가 같이 충족될 길이 없는, 한쪽의 이익을 위해 다른 한쪽이 맞춰야만 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기업 매출을 거의 홀로 담당하고 있는 단 한 명의 스타 작가, 인플루언서, 연예인급의 슈퍼을 직원이 있지 않은 이상
그리고 십중팔구 회사 측이 직원들을 푸시하는 그림으로 나타며
'정리해고', '권고사직'과 같은 서슬 퍼런 단어들과 연결되는, 외과 수술적인 조직개편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겨울은 제게도 어김없이 몇 차례 씩 찾아왔고
이때마다 저는 중간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깊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원인을 모르면 답도 없는 법
무엇이든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대비할 수 있는 법이다 보니
우선 갑자기 한파가 몰아친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상위 조직장이 미움받는 악역이 되고 싶지 않아 스스로 메시지 전달하기는 머뭇거리거나
아예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하위 조직장들이 눈치껏 대신 악역을 맡아주기를 바라는 경우,
제대로 지시가 떨어진 것은 없는데, 특정 조건을 갖춘 팀원들이 계속해서 좌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린다거나
그들의 퇴직을 이끌어내라는 모호한 뉘앙스의 말씀만 영문도 모른 채 전달받는다면
악역을 맡고 싶지 않았던 조직장은 악할 뿐 아니라 명확한 기준도 없고 의사소통도 하지 않는다며 수많은 구성원들로부터 직접 들을 수는 없는 질타를 받게 되고
팀장은 기업 측에 신뢰받지 못하는 힘없는 조직장으로 인식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기는 떨어지고 분위기는 얼어붙고 나가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기업을 떠나는 결과가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렇기에 우선은 상위 조직장님께 요즘 많이 힘드신 시기를 보내고 계신 것 같다며 위로를 건넨 후
제가 악역을 맡으려면 어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되는지 알아야 편하다는 뉘앙스를 풍겨서 말씀을 전해 듣든
그것조차 모호하다면 팀원들보다 먼저 전달받게 되는 일들, 리더 회의 내용을 종합해서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고 있고 어떻게 해야 우리 팀이 장기적으로 흉터가 짙게 남지 않을지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을 열심히 맞추어내든,
또는 운이 좋아 상위 조직장인 본인이 악역을 맡을 테니
팀원들 가까이서 유대감을 쌓고 신뢰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하위 조직장 들은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는데 집중하라고 하며 명쾌하게,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시든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일이 왜,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떠한 대안이 있고 A안 B안 C안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판단해
비상 상황에서 팀과 기업 모두에 가장 도움이 되는 중간 지점을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서슬 퍼런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해 보기
그런 후 '정리해고', '권고사직' 같이 구성원들이 듣는 것만으로도 협박이라고 느낄 수 있는 단어의 사용을 최소화하며 비유 등을 통해 상황을 최대한 부드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번은
'기업이 자금적으로 어려운 시기라 원가는 절반으로 줄이고 매출은 유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팀 효율이 지금으로부터 2배 이상 나지 않는 경우 인원 감축을 진행하고 대안을 찾겠다.'라는 회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는 '팀 효율 2배 내기'라는 어렵지만 인원 감축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한다고 판단한 뒤
팀원들에게는 비유를 통해 최대한 장기적 관점으로 부드럽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저도 업무상 소통을 할 때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고 개인적으론 오그라들어서요.
하지만 지금은 단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써야 할 때라 부득이 오그라드는 기분을 감수하고 비유를 들어 말씀을 드릴게요.
만약에 우리가 북극 한가운데서 덜덜 떨고 있을 때 누군가 작은 핫팩을 가져다준다면 너무나 고마울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가 갑자기 우리 주변을 커다란 얼음 덩어리로 둘러싸며 우리를 얼음벽 안에 놓아버린다면 너무도 당황스럽고 또 원망스럽겠지요.
하지민 사실 북극에서 우리 모두가 길게 살아남으려면 작은 핫팩보다 얼음으로 벽을 두른 견고한 이글루가 더 필요할 거예요.
당장은 차갑고 냉정하게 보일 테지만, 지금 손에 당장 닿는 것들은 차가움 얼음덩어리들 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게 우리가 이 눈보라밭에서 따뜻하게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부로 저는 여러분을 '생산성, 효율성'이라는 차가운 지표들로 여러분을 평가하게 될 거고 반드시 목표에 다다랐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부탁드릴 겁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들을 더 춥게 하고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어렵게 모은 훌륭한 사람들
이 좋은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기 위해
차가운 '지표적 성과'로 찬바람이 들어올 수 없는 방어막을 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저대로, 어떻게 해야 여러분의 고생을 최소화하면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밤낮으로 찾아볼게요.
이 과정을 부디 함께 벼텨주셔서, 다음에 다시 찬바람이 불 때는 아무 타격도 받지 알을 만큼 견고한 우리만의 북극 아지트를 속에서 걱정할 것 없이 따뜻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저는 너무나도 바랍니다."
팀원들은 반발 없이 저의 부탁을 들어주셨고
나중에 팀원들과 말씀을 나눌 때, 팀원 분들은 이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팀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누가 불만을 갖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