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 배우는 것 (1)
약한 멘탈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모든 사람들이, 특히 특히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야하는 직업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고 굳센 멘탈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의식적으로 마음을 강하게 다잡아보려고 해도, 어느 한 패턴에 익숙해질 새도 없이 매해 새로운 모습으로 날아오는 다채로운 인생의 변화구 앞에서 평화로운 일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아직도 막기가 어렵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사건, 사고, 질병을 비롯한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의 불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면, 스스로를 아무리 위로하고 다독여보아도
또는 이렇게 무너져 있는 것은 여러모로 민폐이니 힘을 내라고 채찍질을 해보아도 이미 휘청한 멘탈을 잡고 일상을 굳게 지켜나가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휘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유리멘탈을 붙들어주는 것은 거센 채찍질이나 명사들의 명언이 아닌, 모두가 하나둘씩은 갖고 있는 '루틴'이라는 것을 요즘 참 많이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당연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물론 몸과 마음이 무너져있을 때는 매일 숨쉬듯 지켜온 루틴을 지키는 것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제가 한창 멘탈 회복을 힘들어했던 예전을 되돌아보면 찾아온 어려움에 K.O패를 당하고 뻗어
밥이 아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도 않고, 유산소는 커녕 한발짝도 밖으로 나갈 힘이 들지를 않아 한동안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며, 평소의 루틴이 뒤틀어진 스스로를 아프게 채찍질하다가 겨우겨우 일어나곤 했습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을 몰아내고 매일하던 행동들을 악착같이 지켜내려고 하니
매일 먹던 식단을 시간에 맞춰 밀어넣고, 매일 뛰던 시간만큼 유산소를 하고, 매일 쓰던 만큼의 글을 쓸 때면 엎어져있던 나를 덤덤히 기다려주던 예전의 내가 슬그머니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켜줍니다.
지금 시도하기 너무 어렵다면 잠시 내려놓고 내일 또. 내일도 어렵다면 모레 다시.
이렇게 스스로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 조금씩 일상을 권할 때 나를 더 상처입히지 않고 일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앉아도 서도 고통스러울 때, 누구의 위로나 쓴소리도 나의 멘탈을 잡아주지 못하는 때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찾아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만약 그런 때를 겪고 계시다면 '나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 이외의 모든 생각을 지우고, 일상의 기둥이 되는 행동들을 꽉 쥐고 천천히 일어나실 수 있기를 응원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