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하경 Mar 24. 2024

'PM, 너 뭐 돼?' 라는 도전에 답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업을 정의할 수 있는가?

직무명이 프로덕트 매니저면 다 프로덕트 매니저?


짧지만 다양했던 저의 프로덕트 매니징 경험에서 제가 가장 뼈저리게 부족함을 느꼈던 부분은 다름 아닌 '그래서 프로덕트 매니저가 뭔데?'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명을 달고 일하는 것이 그 사람을 프로덕트 매니저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경험상 직무명이 프로덕트 매니저라고 해도 실제 하는 일을 뜯어보면 PM이 아닌 경우도 많았고


반대로 직무명이 정확히 프로덕트 매니저가 아니라도 실제로 하는 일을 뜯어보면 PM인 경우도 다수였습니다.



PM은 문제 푸는 사람인가?


PM은 문제 푸는 사람이라는데,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세일즈 담당자가 더 전문성있게 문제를 잘 푸는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범주의 일까지를 해야하는 지도 확실치 않다보니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도나 역할에 대해서도 회사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상이합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PM은 정해진 일이 없이, 필요한 일 다 하는 직무 아니에요?'라는 논리 속에


프로덕트 제작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일들을 일관성 없이 맡게 되어 '물경력'을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PM은 정말 뭐하는 사람일까요?


이에 대한 답이 명쾌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책마다 회사마다 아티클마다 모두 다른 정의를 하고 있기도 하고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반론이 쉽게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주 단단하게 스스로가 그에 대한 답변을 찾고, 자신이 정의한 PM의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바로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PM 너 뭐 돼?"라는 도전이 들어왔을 때


PM이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면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등 다른 스페셜리스트들은?


생각해보면 모두가 문제를 푸는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프로덕트매니징학과, 기획학과가 고등학교나 학부 과정에 많이 없는 것과 달리,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는 학생 시절부터 본인들의 전문 분야와 그 주변 분야를 깊고 넓게 파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순수학문이나 상경계열 공부를 하다가 뒤늦게 메이커의 길로 들어서놓고, 


프로덕트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하겠다고 하는 신규 PM 모습을 보면 


구성원들은 일단 개인적인 경험 또는 선입견에 기반해 불안감부터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PM이 디자이너에게 


"해 주신 작업이 예쁘긴 한데, 시장성이랑 가독성, 개발 편의성을 고려해서 이렇게 수정해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디자이너가 갑갑한 표정을 짓는다면


PM의 시장성과 가독성, 개발 편의성에 대한 지식이 디자이너에 비해서도 얕은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왔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디자이너가 이렇게 디자인 한 이유를 데이터 기반으로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본인 의견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전달하지 못하고 당황하며 

"음... 그래도 그냥 아까 말씀드린대로 해주세요."라고 답한다면 

더 나아가 이것을 단순히 디자이너의 고집이라고 생각하고 화를 낸다면

디자이너의 불안감은 확신으로 바뀌어 그 이후로 자신이 참여한 프로덕트의 총괄을 당신에게 안심하고 맡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은 구성원들이 프로덕트에 애정을 가졌기에 생겨나는 불안감과 갑갑함을 잠재워 줄 답변이 PM 안에 준비되어있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내 업의 필요성과 정의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하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PM은 회사와 스쿼드원들이 PM을 처음 만났을때 갖게 되는 다양한 불안감을 잠재울 답변이 준비되어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네가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전략을 세우고 전과정을 총괄 해야하는 이유가 뭐야?'


'일정 관리 뿐이라면 각 팀장님들이 세우고 서로 조율, 관리하면 되지 않아?'


'전략은 어차피 임원분들이 세워서 탑다운으로 내려오는 것 아니야? 거기서 네가 하는 일은 뭐지?'


'문제는 각 전문가들이 더 잘 푸는 거 아니야? 개발적인 문제를 네가 풀 수 있어? 디자인적인 문제는? 마케팅이나 세일즈는?'


'PM은 프로덕트에서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없는 일들을 해내는 직무 아니야?'


이러한 다양한 도전에 대해 답할 논리, 


그리고 그 논리를 통해 도출된 나만의 'PM의 필요성과 정의'


그에 맞는 PM이 갖춰야 할 역량을 단단히 갖추었을 때, 비로소 진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길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일보다 먼저


제 안의 단단한 논리를 찾고 그에 맞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하고, 커피챗을 통해 의견을 구하며 새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 질문들에 반박할 답을 찾기보다는, 제가 숙고해서 논리와 기준을 갖춘 후 이 질문들과 진득히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기에 이에 대한 답은 제 안에서도 수없이 바뀌어 갑니다.


하지만 한번에 완벽한 프로덕트가 나오지 않는다고 시작도 안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끝없이 저만의 가설을 세우고 초고를 쓰며 제 안의 생각들을 다져 나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의 답안지로서 이력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직장인이 좋을까, 프리랜서가 좋을까, 창업자가 좋을까,


혹은 대기업이 좋을까, 외국계 기업이 좋을까, 유니콘 기업이 좋을까, 극초기 스타트업이 좋을까와 같은 고민에 앞서


제 업에 대한 본질을 꾸준히 고민하며, 그에 맞는 '직업인'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싶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