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하경 Mar 28. 2024

"문제 정의는 내가 할테니 해결은 그대가 하라."

문제해결사와 업무수행자의 차이

"문제 정의는 내가 할 테니 문제 해결은 그대가 하십시오."


이 문장의 화자와 청자로 각각 누가 떠오르시나요?


큰 기업이나 고위 임원이 화자이고, 부하 직원이 청자일 수 있습니다.


전략, 기획, 분석 담당자가 개발, 디자인, 마케팅, 영업 등의 실무자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자와 청자를 누구로 생각해보아도, 이 요청이 청자에게 곤란한 요청일 것이란 생각은 동일하게 듭니다.




그렇다면 이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이 불편함의 시작을 되짚어 가보면 문제 정의와 문제 해결 간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 ‘문제를 정의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안에 문제 정의에 관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그렇게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 기간 안에 문제 정의가 완벽하게 끝나서가 아니라 어떠한 제약으로 인해, 문제가 재정의 된 이후로도 해결 방향을 바로 잡지 못 하고,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해결책을 밀고 가는 경우일 것입니다.


일부러 하려고 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정의된 문제를 의심하고, 반박하고, 이 정의에 관습이나 관성이 개입하지 않았는지 계속 확인하게 됩니다.


특히 실무 현장의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는 풍부한 인사이트들이 문제 정의를 바로잡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확인을 반복하던 중, 문제의 정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시 정의 단계로 돌아가 문제를 재정의 해야 하기에 문제 해결을 맡은 사람들이 문제 정의에 대해 계속 의심하고 반박할 수 있을 때


올바른 문제 정의와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 가장 빠르게 도출됩니다.


이러한 업무 현장에서, 한 사람이 문제를 제시하는 출제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험생이 되는 방식은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 정의자'와 '문제 해결사'가 서로의 업무 범위를 상당 부분 공유하며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는 형태로 협업하는 방식.


또는 '문제를 정의자 겸 문제 해결사'와 '완성된 해결책 수행자'가 함께 협업하는 것이 이상적인 협업 형태가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은...


[문제 정의자 + 문제 해결사]의 조합도 아니고

[문제 정의자 겸 해결사 + 완성된 해결책 수행자]의 조합도 아닌,

[문제 정의자 + (문제 해결사 역할을 요구받는) 업무 실행자]의 조합입니다.


"문제 정의는 내가 할 테니 문제 해결은 그대가 하라."는 문장이 주는 불편함은 이러한 미스매칭이 주는 불편함일 것입니다.

그리고 PM은 ‘문제 해결사 역할을 요구 받는 업무 수행자’의 위치에 가장 자주 서게 되는 직무이면서

동시에 실무자들을 대할 때는 자신이 해결책이 없는 문제 정의자로만 남는 실수,

혹은 구성원들이 문제 정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충분히 가진 문제 해결사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게 하는 실수를 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PM은 문제 해결을 의뢰 받는 입장일 때도,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입장일 때도 문제 정의와 문제 해결의 유기성 기억해야 할 것 입니다.

회사가 PM에게 정의를 줄테니 문제의 해결책만 가져오라고 요청한다면 

문제 정의에도 깊이 참여할 권한을 요청하는 것이 회사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회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겠고,

팀의 실무자들과 소통할 때는 실무자들에게 문제를 함께 끊임없이 재정의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환경을 마련해야 하겠지요.

그렇게 해서는 도무지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것이라고 회사도 구성원들도 모두 생각한다면,

잘 계획된 업무를 그대로 실행하기를 기대하는 실무자들과 

문제의 정의와 해결에 대해 A에서 Z까지 완벽하게 책임을 질 기획자 겸 책임자의 조합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문제의 정의와 해결을 한 쪽에서 완벽히 담당하는 것과, 

문제 정의자와 해결사가 긴밀히 협업하는 것, 틀린 방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산업군, 해당 단체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방식은 모두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는 역할과 해결하는 사람이 완전히 분리되어버린 업무 방식은

사실상 해결사가 없는 상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을 수 있음을 미리 고려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부 직무를 떠나 각각의 인원이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인가, 해결하는 사람인가, 수행하는 사람인가를 유심히 살피고 

그 균형을 잡는 것 또한 프로젝트 관리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PM, 너 뭐 돼?' 라는 도전에 답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