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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Jul 22. 2023

초등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초등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초등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대에 입학하기엔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성적에 맞춰서 인근의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계속 미련이 남았습니다. 군 제대 후, 다시 수능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돌고 돌아 서른 즈음에 임용 시험에 합격하고, 오랜 시간 꿈꾸던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교사만 되면, 행복한 일만 가득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가르치며 그렇게 즐거운 날만 꿈꿨습니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은 기대와는 매우 달랐습니다.


먼저 가르치는 일이 주가 되길 원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교육과 무관한 행정 업무 처리, 학부모 민원을 상대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뺏겼습니다.


학생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 간에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다툼을 일으킨 학생 각자의 이야기를 다 듣고, 중재까지 하면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쉬는 시간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점심시간에 잠시 휴식을 취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담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혹여나 사고가 일어나진 않을까 염려가 되어, 점심 식사도 빨리빨리 해치운 탓에, 위장 질환을 달고 살게 되었습니다.


학부모의 민원 전화와 문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퇴근 이후라도 학교 생각을 잠시 잊고 싶지만, 내일 준비물이나 숙제가 무엇이냐는 사소한 질문부터 갑작스러운 상담 요청까지 문자와 전화가 쉴 새 없이 날아들었습니다. 퇴근 이후에는 연락을 받지 않으려고 선을 그었지만,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연차가 지나고 경력이 생기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경력이 생겨도 여전히 매년 새로운 금쪽이를 만나게 됩니다. 촉법소년을 운운하며 교사를 자극하고, 또 친구들에게 해가 되는 문제 행동을 해도, 아동 학대라는 울타리에 갇힌 경력 교사가 제대로 대처할 방법도 없습니다. 또 일부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 얘기만 듣고, 일방적으로 교사를 몰아붙여서 정신적으로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서울에서 벌어진 후배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도가 다를 뿐,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나 금쪽이가 있고, 또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있으니까요. 교사 모두가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고, 또 현재 그런 경험을 하고 있고, 미래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각자도생 하며 각자의 교실에서, 홀로 지내는 데 익숙한 교사들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동료 교사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참다가, 어렵게 목소리를 낸 교사들의 이야기가 더는 방치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한 교사의 유가족에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또 교사가 정상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촘촘하게 제도적 보완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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