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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Feb 16. 2024

부캐로 신나게 살 수 있는 비결

씨 종자를 버리는 농사꾼은 없다

학교에도 부캐 열풍이 분다  

   

 최근 학교에도 부캐(부케릭터),  사이드 프로젝트 열풍이 불고 있다. 공식적으로 공무원인 교사라는 직업 이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겸직 제도를 통해 직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합법적으로 겸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기적이지 않은 일회성의 출간은 겸직을 신청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또한,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는 교육적인 유튜브도 겸직 신청을 통해 운영할 수 있다. 아직 구독자가 500명이 되지 않은 나 같은 초보 유튜버는 겸직 신청조차 하지 않고도 유튜브를 운영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교직과 이런 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바로, 온전히 글쓰기, 유튜브 제작 활동에만 전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일에만 오로지 마음을 쏟으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가정에서 집안일까지 돌보면서 과외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와 유튜브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씨 종자를 버리는 농사꾼은 없다     


 주위를 살펴보면 초등 교사로 살면서 나처럼 다른 일을 병행하다가, 교사라는 직업 자체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유튜브에 교사 의원면직이라고 쳐보면, 과거에 교사로 일하다가 현재 전업 유튜버가 된 사람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또한, 더는 교사로 살지 않고 전업 작가와 강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삶을 보면 마냥 멋지고 또 부럽다. 그런 와중에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란 책을 읽었다.


 김미경(2023)은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씨 종자를 버리는 농사꾼은 없다고 말한다. 농부의 씨 종자처럼 마지막까지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꼭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무리 빈털터리가 되어도 평생 일했던 터전을 쉽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내게 씨 종자와 같은 일은 글쓰기 또는 유튜브 제작일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다. 내게 씨 종자와 같은 일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일이다. 왜 씨 종자인 교사의 일을 놓지 말아야 할까.


 첫째,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일이 참 많다. 그중 한 가지는 매달 17일이 되면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른 직업에 비해서 월급이 박하기는 하다. 또한, 학교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고 엄청난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거나, 연봉 협상을 통해 엄청나게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정년까지 교사의 고용이 보장되고, 또 연차가 쌓여갈수록 매년 일정 부분 급여도 인상된다. 안정되게 월급을 받으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돈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일하면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교사는 주로 사람을 상대한다, 물론 수많은 아이와 온종일 붙어서 교감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항상 차분하지도 않고, 수시로 아이들 간에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회에 찌든 어른들에 비해서 대부분 아이는 아직 순수하고 순박하다. 교사로 지내면 순수한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고, 그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아이 대부분은 담임교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또 따라준다. 그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교사가 마냥 편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교사 생활이 절대로 쉽지만은 않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식적으로 가르쳐야 하고, 담임으로 생활지도를 맡아야 한다. 거기에다가 담당한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면 시간에 쫓길 때도 많다. 물론 퇴근 후에 일거리를 집으로 갖고 올 때도 종종 있지만, 교사 대부분은 근무 시간 안에 그 일들을 숨 가쁘게 다 처리한다. 연차가 쌓여갈수록 짧은 근무 시간을 더욱더 알차게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퇴근 후에 돌아와서 집안일을 돌볼 수 있다. 다른 직장에 비해서 퇴근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학교 일과 집안일까지 효율적으로 모두 끝내면, 자신이 꿈꾸는 부가적인 일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넷째 사회적 대우가 좋다. 물론 이전과 비교해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었다는 기사도 종종 접한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 학부모는 아직은 교사를 인격적으로 예우한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인격적으로 대한다. 그리고 교사끼리도 서로에게 예의를 갖춘다. 상급자인 관리자도 대부분 교사를 인간적으로 대접한다. 학교 밖을 나가도 마찬가지도, 교사라고 말한다고 대접을 박하게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섯째 전문성 때문이다. 나는 교사라는 직을 유지하면서 유튜브 제작도 하고, 글도 쓰고 있다. 소위 교사 유튜버이고, 또 교사 작가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해도 앞에 교사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교사라는 타이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하지만 교사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조금은 전문성이 떨어져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측면이 있다. 교사로 살면서 다른 일까지 병행하는 걸 아니까, 좀 더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교사라는 타이틀 없이, 전업 유튜버, 전업 작가가 된다면 어떨까. 그 기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소위 잘 나가는 유튜버의 영상도 보고, 글을 맛깔나게 쓰는 작가의 책도 종종 본다. 내가 전업으로 그 일을 한다고 해서 그들만큼 잘 해낼 자신이 없고, 또 그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자신도 없다. 그러므로 현재 취미처럼 하는 이 활동에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부캐가 부담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글쓰기와 영상 제작 같은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취미 생활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 전업으로 그 일들을 해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업이 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임하게 된다. 영상을 찍고 글을 쓰면서, 돈이 되는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엄청난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글을 쓰고 영상을 찍는 일이 그리 즐겁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작품 활동을 통해 만족감과 재미를 얻으려면, 교사라는 씨 종자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즐겁게 또 오래도록 부캐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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