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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Mar 04. 2024

학교 밖에도 세상이 있다

기쁨이 없는 사람

내 취미는 소파에 누워있는 것     


 “당신은 취미가 뭐예요? 당신은 무슨 일을 할 때 기뻐요?”

몇 년 전 퇴근 후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아내가 갑자기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뭘 그런 걸 물어봐요.”

소파에 누운 채로 대충 말을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굉장히 부끄러웠다. 특별한 취미도 없고 즐거움도 없이 그저 삶을 연명하고 있음을 아내에게 들켜 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학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버렸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었다. 큰 학교에서 근무시간 내내 25명의 학생과 부대끼며 생활했고, 수시로 학부모와 문자와 전화로 상담을 했다. 또 가르치는 일 이외에 맡은 업무도 쉴 새 없이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렇게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채 집에 돌아왔고 집에 돌아와서는 방전된 채로 내내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휴식을 취해도 온전히 몸과 마음이 회복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에너지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욱 무기력해졌다. 현재 나는 퇴근 후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또 유튜브도 운영하고, 동료 선생님들을 위해서 원격 연수도 제작하였다. 물론 이전보다 학교 생활도 즐겁게 하고 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이 일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구보다도 무기력한 나였지만 현재는 열정을 갖고 살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던 걸까.      


내재적 동기가 생기지 않아서     


 에디워드 데시와 리차드 라이언은 자기 결정 이론에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의 만족을 통해 내재적인 동기가 생긴다고 말한다. 참고로 여기서 내재적인 동기란 업무 자체가 제공하는 본질적인 보상을 말한다. 과거의 나는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모두 충족되지 않았다. 먼저 자율성이 없었다. 학교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주어진 일만 수동적으로 하다 보니 열심히 일할수록 지쳐갔다. 또한, 유능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최선을 다해서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해도 종종 민원을 받았다. 민원을 받고 나면 내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서 속상했고 스스로 유능하지 않은 사람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또한, 관계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물론 1년 동안 학생, 학부모, 동 학년 교사와의 관계에도 신경을 썼다. 애쓴 만큼 관계를 잘 맺어도 1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학생, 학부모, 동 학년 교사를 만나야 했다. 매번 관계 맺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해서 힘들었다.     


외재적 동기도 없어서     


 내재적인 동기가 충족되지 않아서 외재적인 동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학급에서 학생들에게 마음을 쏟고 함께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학교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게 쉽지 않았다. 아무리 학생들과 잘 지내도 학급에서 예기치 않은 작은 사고라도 일어나면 민원과 비난에 노출이 되었다. 또한, 매해 나이가 들어가며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조금씩 어려움이 생겼다. 한편 학교 안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교사가 참 많았다. 특히 동 학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은근히 비교되었다. 외재적 동기 충족을 위해서 교내에서 경쟁적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보이려고 애썼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그럴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졌다. 그래도 늘 학교 안에서 성실하게 맡은 일을 다 하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을 학교 안에만 두지 않고 학교 밖으로도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교사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무언가 다른 일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만을 위한 프로젝트      


 고민 끝에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는 글쓰기였다. 마음을 담아 온라인 공간과 월간지에 글을 썼다. 글쓰기를 통해서 스스로 작은 성취를 경험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율성이 충족되었다. 글은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쓸 수 있고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서 유능 감을 느꼈다. 공개된 공간에 글을 올린 후에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또한, 글쓰기를 통하여 관계성도 충족할 수 있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글쓰기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내 시선을 학교 안에만 둘 때는 스스로 만족감을 얻기 어려웠지만, 시선을 학교 밖으로 향한 후에 스스로 이전보다 만족감을 느꼈다. 학교 밖 활동에서 성취를 경험한 후에는 사람들 앞에서 이전보다 당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에 글쓰기의 작은 성취를 바탕으로 단행본 책도 출간했다. 내재적인 만족감과 더불어 눈에 보이는 외재적인 만족감도 경험할 수 있었다.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수동적으로 일하다 보면 지치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혼자서 발버둥 쳐도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번아웃이 올 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천한다. 자기 주도적인 작은 활동을 통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외부에서 회복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업에서도 자신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과거의 나처럼 지치고 무기력한 사람들이 많다. 또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생기를 얻고, 또 본업에도 자신감을 느끼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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