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면 무엇이 좋을까.

내부적 변화 & 외부적 변화

책을 쓰면 무엇이 좋을까. 사실 첫 책을 출간한 후에 다양한 기대를 했다. 먼저,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내가 쓴 책에 관심을 보일 거란 생각을 했다. 주변 지인들 모두 당연히 내 책을 사 줄 거란 기대도 했다. 출간을 토대로 나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관심도 받고 또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그런 일들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물론 아주 가까운 지인들은 책 출간을 축하해주고, 도서도 사들여주었다. 하지만 그런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 출간 소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내 이름을 단 책만 세상에 나오면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많이 달라질 거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부적 변화

그렇다면 책을 출간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외부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 자신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첫째, 책을 출간하며 스스로가 관련 분야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어떤 내용을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이 관련 내용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는 관련 내용을 가르치기 위해서 여러 번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자신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용이 온전하게 이해할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로 책을 쓰려면 저자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확실히 알지 못하는 내용을 독자에게 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주제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또한 저자가 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또 읽게 된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책을 한 번 읽지만, 저자는 수십 번 반복해서 읽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저자는 그 주제에 정통한 사람이 된다.

둘째, 독서 태도가 달라진다.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과거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오랜 기간 끼니 걱정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이후에 장성하여 가정형편이 좋아지고 끼니 걱정을 하지 않고 살게 된다면 어떨까. 어릴 적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 사람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가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식사할 때마다 감사함을 느낄 것이고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출간이란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은 책을 새로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즉,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저자는 출간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책 한 권이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힘든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나온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자신이 출간한 책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책도 더욱 의미 있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된다. 즉, 책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셋째, 내 경험에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책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이야기도 담게 된다. 물론 성공 경험도 쓰겠지만, 자연스럽게 실패 경험도 쓰게 된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도 글로 쓰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실패 경험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찾게 된다. 글쓰기는 실패 경험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외부적 변화

넷째, 인세를 받게 된다. 책을 쓰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물론 책이 판매되는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름의 소소한 경제적인 대가를 얻게 된다. 교사는 공무원 신분이라서 겸직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겸직 신청을 통해 일부 경제적인 활동도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도서를 출간하는 건 겸직 신청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출간을 통해 교사도 합법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쓰면 도서 정가의 10% 정도의 인세를 받게 된다. 초판은 보통 2,000권 내외를 찍는다. 도서 정가가 18,000원이라고 가정해보면 18,000원 * 0.1 * 2,000권을 해서 총 3,600,000원 받게 된다. (이후에 2쇄, 3쇄에 들어가면 그때마다 3,600,000원을 추가로 더 받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섯째, 책을 출간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게 된다. 머릿속에 아무리 아는 것이 많다고 해도 남들에게 그걸 보여줄 수 없다면 그 능력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물론 관련 분야의 공인 시험이 있거나 자격증이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쉽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직접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관련 도서를 출간하면 도움이 된다. 어떠한 주제에 관하여 도서를 출간한 이력이 자격증처럼 자신의 전문성을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출간한다고 곧바로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출간이 다른 활동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는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책 한 권이 매개가 되어 한 원격 연수원 연수 촬영을 하게 되었다. 또한 그 연수 촬영이 매개가 되어 또 다른 책을 공저로 출간할 수 있었다. 또한 두 권의 책과 하나의 연수를 통해서 새로운 강의· 강연의 기회가 많이 열렸다. 학생·교사·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의·강연을 하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출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누군가가 내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가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직접 출간한 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책 한 권을 쓴다고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학교 밖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 쓰기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