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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Jul 16. 2024

어떤 주제로 책을 쓰면 좋을까

나 그리고 독자

주제를 정할 때 고려할 점 두 가지


책 쓰기를 할 때 주제를 정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번 정한 주제로 일관성을 갖고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주제를 정할 때 고려할 요소가 많지만 먼저 저자, 독자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첫째, 저자가 재밌게 쓸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한 번 책 쓰기에 돌입하면 300여 쪽 가량을 써야 한다. 물론 내가 관심이 없는 주제라도 노력하면 많은 분량을 쓸 수 있다. 관심사가 아니라면 저자도 쓰는 내내 즐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신나서 쓰지 않은 글을 독자가 재밌게 읽을 리도 만무하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공과 대학에 진학을 해서 환경 화학공학과를 전공으로 삼았다. 대학 진학 전에는 내가 환경, 화학이란 주제에 관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줄 알았다. 대학에 다니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대학에서 학과 공부를 하는데 도통 재미가 없었다.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즐겁지도 않았고 좋은 학점도 받지 못했다. 4년 동안 버티면 어떻게든 졸업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졸업 후에도 관련 직종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고심 끝에 대학을 2년만 다닌 후에 자퇴했다. 이후에 관심 분야인 교대, 초등교육과에 진학했다. 어린 동기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게 어색하고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기도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관심을 두는 분야인 만큼 이전보다 훨씬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처음에 학과를 한 번 잘 못 선택해서 남들보다 몇 년이란 시간을 돌아가게 되었다.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주제를 잘못 선택하면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주제 선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책을 쓰는 과정이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다. 생각지도 않은 변수와 어려움이 많다.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라면 어려운 여건도 긍정적으로 돌파할 수 있다. 하지만 관심있는 주제가 아니라면 책 쓰기 자체를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내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주제를 골라야 한다. 누구나 배움이나 경험을 통해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주제가 있다. 보통 자신이 관심이 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자신이 재밌게 쓸 수 있는 주제가 전문성을 갖는 주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 두 가지가 일치하는 건 아니기에 따로 언급한다. 나는 보드게임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고 있다. 한때 집에 100여 개의 보드게임을 소장할 정도로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5~10분이면 끝나는 가벼운 파티게임부터 2~3시간은 해야 하는 무거운 전략게임까지 다양한 보드게임을 사고 틈날 때마다 게임했다. 보드게임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새로운 게임을 알아갔고,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현장에서 적용도 해보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보드게임을 주제로 책을 쓴다면 나름의 전문성을 갖고 책을 쓸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처음에는 보드게임을 취미로 즐겼다. 나중에는 학교에 보드게임을 깊이 적용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보드게임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현재는 보드게임이 내가 재밌어하는 주제가 아니다. 전문성을 잃지는 않았지만,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관련된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현재 재밌어하는 주제가 아니라면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셋째, 독자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내가 재밌어하는 주제이고 또 내가 전문성도 갖고 있는데, 독자는 그 주제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면 곤란하다. 출간한다면 실제로 책이 팔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 때문이다. 독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제를 선택하면, 애써 쓴 책이 출판사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출간이 된다고 해도 독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전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일대기를 쓴 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관심이 있고, 자신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 작가의 흥미와 전문성을 충족하기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전기를 쓴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일대기는 독자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독자가 관심을 두지 않는 책이기 때문에 출판 성적도 저조한 편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어떤 책에 관심을 보일까.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재미가 있는 책이고, 다음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독자가 두 가지 측면 모두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한 가지만 충족해도 된다. 그래서 주제를 선정할 때 두 가지 요소 중 한 가지 요소라도 충족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편 독자를 고려할 때는 막연하게 모든 사람을 독자로 보는 게 아니라 핵심 독자층을 구분해서 따져보는 편이 좋다. 내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독자층을 핵심 독자층, 또는 타겟 독자층이라고 말한다. 먼저 타겟 독자층이 넓은지 여부를 고려하고, 내가 선택한 주제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추가적인 고려 사항


주제를 선정할 때 작가와 독자를 큰 틀에 올려 놓고 선택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한 가지 사항을 더 고려하면 좋다. 바로 현시점에서 화제가 되는 주제인가 여부이다. 예를 들면 교육 분야에서는 AI 교육이나 미래 교육, IB 교육 등이 현재 화제가 되는 주제이다. 시대적인 관심사까지 고려한다면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의 흥미와 전문성, 독자의 관심사가 시대적 관심사 보다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시대적인 관심사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얼마 전까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교육이 시대적인 과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된 현시점에서는 사람들이 그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작가와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시대적인 관심사에만 주목하고 책을 쓰게 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책 쓰기는 결국 나를 표현하는 일이다. 내가 나타나지 않은 채 다른 사람만 생각한 책, 시대적인 관심사만 있는 책은 매력이 없다. 좋은 책을 쓰는 일도 결국에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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