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과 책 쓰기
마라톤과 책 쓰기의 공통점
책을 끝까지 쓰려면 필요한 게 뭘까. 주변 사람들이 당장 책을 한 권을 쓰고 싶은데 무얼 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렇게 묻는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마라톤 얘기를 꺼낸다. 마라톤과 글쓰기를 하는 데 필요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째, 마라톤을 하려면 끈기가 필요하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경기다. 완주하려면 2시간가량을 꾸준히 달려야 한다. 선수가 아니라면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달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책 한 권을 완성하려면 오랜 시간 글을 써야 한다. 그 기간은 짧으면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길게는 1년이 넘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내가 생각한 분량을 채울 때까지 지속해서 쓰는 수밖에 없다. 책 쓰기에는 왕도가 없어서 누구든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만 책 한 권을 완성할 수 있다.
둘째,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끈기만 있다고 아무나 마라톤을 할 수 있을까. 1km를 달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이를 악물고 4시간가량을 꾸준히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42.195km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 병원에 실려 갈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있기만 한다고 글을 많이 쓸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 자체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단번에 긴 글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글쓰기 기초 체력이 없다면 A4 용지 1장을 넘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 글을 쓸 수 있는 글쓰기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셋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이 필요하다. 얼마 전 마라톤 완주를 한 방송인 기안84 이야기를 보았다. 마라톤을 뛰는 중간에 그에게 예상치 못한 복통과 발목 통증이 찾아왔다. 뛰다 서기를 반복하던 그는 포기하려는 마음까지 가졌다. 그런 순간에 함께 달린 참가자들이 그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했다.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도무지 글이 안 써지는 슬럼프가 찾아올 수 있다. 또한 내 글이 너무 하찮게 보이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는 도무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다양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이 없다면 중간에 책 쓰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
책 쓰기를 위해서 필요한 능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먼저 글쓰기를 위한 기초 체력과 끈기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첫째, 많이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달리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 체력이 단번에 길러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글쓰기 기초 체력도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목표 분량을 정해놓고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글쓰기 연습을 할 때 책 쓰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번에 A4 2~3장을 쓰는 걸 목표로 삼으면 좋다. 그런데 처음부터 기계적으로 많이 쓰는 것에만 집중하면 금세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는 매일 새롭고 참신한 주제를 정해놓고 연습하는 게 도움이 된다. 처음 연습할 때는 초등학생 시절 기억에 남는 친구 이야기나, 내가 10년 후에 하고 싶은 일 등 가벼운 주제로 적는 걸 추천한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하다 보면 조금 무거운 주제나 자신이 본격적으로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오래 써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말고 10문장 정도로 가볍게 시작을 해보자. 며칠 동안 10문장씩 쓰면 금세 익숙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면 20문장에 도전하면 된다. 그런 식으로 점차 문장을 늘려 나갈 수 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면 곧 A4 용지 1장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A4 용지 2~3장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자주 쓰는 연습도 필요하다. 많이 쓰는 일 못지않게 자주 쓰기도 어렵다. 매일 1~2시간씩을 정해서 꾸준히 쓰면 좋겠지만 단번에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 먼저 일주일에 한 번 20분 정도만 시간을 내서 꾸준히 글을 써보자. 글쓰기가 습관이 될 때까지는 글 쓰는 시간을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한 것처럼 확실히 못 박아두는 게 좋다. 정확한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두 달 정도 익숙해지면 글 쓰는 시간을 40분, 1시간으로 점차 늘려 나가보자.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글쓰기로 정한 시간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글쓰기에만 전념한다는 것이다. 1시간 동안을 쓴다고 해도, 중간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실제로는 얼마 쓰지 않은 것과 같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또 그냥 막연하게 쓰는 게 아니라 최대한 의미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글을 쓰면 더욱 잘 쓸 수 있다. 실제로 글을 읽을 대상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글의 내용에도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습 끝에는 실제로 연습한 글을 지인에게 보여주거나, 열린 공간에 올려놓는 것을 추천한다.
오랜 시간 글을 쓰는 능력도 생겼고 분량을 충분히 채울 자신도 생겼다면 본격적으로 책 쓰기에 돌입해 보자. 그런데 야심 차게 시작을 해도 마라톤처럼 어느 시점에서는 누구에게나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위기, 즉 슬럼프를 겪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경험을 몇 가지 나눠보려고 한다. 나는 인정 욕구가 강하다. 나처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은 글을 쓸 때마다 SNS나 공개된 장소에 글을 공개하는 게 도움이 된다. 글을 쓰는 게 싫어지고 힘들어지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생각하면 또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SNS를 하지 않거나 공개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면 느슨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글을 쓸 때마다 서로 돌려 읽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피드백하는 모임을 가질 수 있다. 모임 회원들과 힘이 되는 의견을 함께 주고받으면 더욱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을 이루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마라톤에 임하는 것처럼 차분하게 준비해서 책 쓰기에 임한다면 누구에게나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