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찬 가방이 가볍다.
하루 종일 땅은 푹신하고 하늘은 당당했다.
바다에 해가 몸을 담그니 다리가 굳었다.
아, 온 세상이 시뻘겋다.
숨기고 있던 이야기가 드러난다.
한마디 한마디 놓칠 수가 없다.
이곳에 엄마의 일부를 가지고 왔다.
어차피 굳어버린 다리, 자리에 앉아 비밀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와 함께.
평소에는 말을 끊으며 한 마디씩 보태는데,
오늘은 고요하다.
우리 둘 다 조용히 노을의 비밀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마디 한마디 놓칠 수가 없다.
엄마와 같이 듣기 참 좋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