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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 May 03. 2024

마지막 여행

시 스물일곱.

득 찬 가방이 가볍다.

하루 종일 땅은 푹신하고 하늘은 당당했다.

바다에 해가 몸을 담그니 다리가 굳었다.


아, 온 세상이 시뻘겋다.

숨기고 있던 이야기가 드러난다.


한마디 한마디 놓칠 수가 없다.


이곳에 엄마의 일부를 가지고 왔다.

어차피 굳어버린 다리, 자리에 앉아 비밀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와 함께.


평소에는 말을 끊으며 한 마디씩 보태는데,

오늘은 고요하다.

우리 둘 다 조용노을의 비밀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마디 한마디 놓칠 수가 없다.


엄마와 같이 듣기 참 좋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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