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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Sep 20. 2020

Survival of the fittest

어제와 오늘 내 일상이 무너졌다. 계속 이어져 오던 기도도 못했고 피로감에 한동안 끊었던 낮잠을 자야 했다. 짐작되는 원인은 목, 금요일 연속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온 것뿐인데, 내가 생각해도 '왕복 50km도 안되는 병원에 다녀오는 일에 이럴 일인가' 싶다. 출근을 하면 학교까지는 편도 50km의 거리다. 예전 같으면 문제가 아니지만, 병을 앓고 난 지금의 내 상태로는 버거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휴직이 끝나면 내 상황상 직장에 복귀를 하는 게 맞지만 어째야 하나?

 이미 몇 번 시도해봤던 학교 근처로의 이사는 싫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나 홀로 이사여도 이젠 피하고 싶고 어머니와 나의 근거지를 남겨둔 채 낯선 곳으로의 이주도 내키지 않는다. 이젠 전세가도 많이 올라 힘들 것 같지만 무엇보다 병원에서 엄마는 낯익은 환경 속에 지내시는 걸 권유하셨고 나나 엄마에게는 지금 사는 이 집이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안식처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선 사람 좋은 놈이 지게 마련이다.'


 알지만 믿고 싶진 않은 말. 머리를 식힐 겸 읽고 있는 '공중 그네'란 소설에서 눈에 들어온 말이다. 원인의 규명과 제거가 신경학의 기본이라는 말과 함께. 

 "그게 일이면 일을 그만둔다. 근처에 사는 사람과의 문제라면 이사를 간다. 대인관계라면 상대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독약을 먹이고 싶으면 약 이름 정도는 가르쳐줄 수 있지. 에헤헤." 대수롭지 않게 환자에게 이런 처방을 내리는 의사가 나오는데, 황당하기도 하지만 무릎이 탁 쳐지는 순간도 있다.

 암 환자의 1차 치료는 수술이다. 원인의 완전한 제거. 치과에서도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 치료법이 되고,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바로 '진단'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럴 수 없으니까, 인생이 괴로운 거 아냐."

 책에서도 이렇게 말하긴 한다. 

 그렇지만 한 번쯤은 실제로 근본 원인을 깨버리는 시도를 해 봐도 좋지 않을까? 약육강식의 세계에 적합한 개체가 되기 위해 애쓸 힘으로 나에게 최적화된 다른 세상을 찾아 나서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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