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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Sep 04. 2020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2011년 12월 병원에서 학교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덧없는 것이다. 인생의 본질은 불안정이다. 불안정을 유지하는 게   세포가 살아있는 본질이다. 세포는 죽어서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안정이라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 안철수, 2010년 6월 KBS 특강 중에서 -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

 얼마 전부터 내 마음에서 자주 들려오는 소리다. 예전에도 간헐적으로 내 자신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일은 있었지만 바쁜 생활에 곧 잊히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려오는 이 물음은 매우 분명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길을 걸을 때에도,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문득 떠오르는 식으로, 내면의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부끄럽게도, 인생을 절반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나는 현실을 벗어난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에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그것은 별 고민을 하지 않고 정해진 진로를 따라가기 바빴던 비슷한 주변인들과의 비교의 산물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남들이 사는 대로 살아보니 편했고 그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행복일 거라 지내왔던 것 같다. 

 작년 신년 벽두에 회사원인 친구의 남편이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된 일이 있다. 1년이 지난 연말 모임에서, 친구는 남편이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2년간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해보기로 했단 말을 덤덤하게 전했다. 이십대라면 탄성을 터뜨렸을 우리들의 반응은, 친구의 남편이 대기업에서의 전도유망한 생활을 관두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1년만 육아 휴직을 쓰는 게 현실적이지 않겠느냐, 아이들 교육비가 만만치 않은데 혼자 2년을 감당하기는 벅차다는 이야기가 주류였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친구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일단은 남편이 이제야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니까 밀어주고 싶어. 인생에서 2년,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을 뿐이고, 언젠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 때는 남편이 도와주기로 했어. 생활은 뭐, 어떻게 되겠지!”

 친구의 조용한 말투 속에는 우리로 하여금 더 이상 문제점들을 나열할 수 없게 하는 힘이 배어 있었다. 

 한 때는 내게도 다른 것들을 다 포기하고서라도 이루고 싶던 일이 없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만 해도, 나는 세계 일주를 꿈꿨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당장의 이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에 실망했던 때였다. 여행을 끝내고 네팔에 정착해, 책 읽고 글도 쓰며 봉사하며 살면 행복할 거라고 진지하게 길을 찾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그랬던 것이, 친구 남편의 전업 작가 선언을 듣기까지 몇 년간은 내게 그런 열정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고 살고 있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난 10년간의 직장 생활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 사이 나는, 세상을 떠돌고 싶을 만큼 실망스러웠던 초년병 시절보다 더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아왔다. 그러나 이제 나는 예전처럼 쉽게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것은 안정일까.

 주차장에서 내리자 도로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이 가로등 불빛아래 지상은 온통 하얗게 덮여 있었다. 용기 있던 친구부부에 대한 부러움과 퇴색해 버린 나의 열정이 주는 우울함을 묻을 수 있을 정도로.

 인생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것이다. 어차피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현실성을 따지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안정을 추구하느라 꿈도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을 살아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새 해에는 내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로 인해 나에게도 새로운 꿈이 생기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2012년에는 멈춰버린 나의 삶이 다시 살아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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