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에 의뢰해, 폐암 수술할 때처럼 전신마취를 하고 흉강경 수술로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 일정을 알 수 없어 모처럼 병원에서 여유를 갖고 책을 읽었다.
100세를 넘어 103세를 살고 계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 나는 지난번 외래 때도 '백 년을 살아보니'를 챙겨 왔었지. 그래, 내 생각에 이 책은 병원용, 환자용 책으로 적절한 제목과 작가를 발굴한 것 같다.
책에 이런 소제목이 나온다.
'내게 시한부 인생이 주어진다면'
유복하게 자라거나 굴곡 없이 사셨다기보다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사시고 100수를 누리시는 교수님의 시각에는 시한부란 어느 날 주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도 아프기 전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제목을 보자마자 '누구나 시한부 인생으로 태어나는데요?'라고 교수님께 묻고 있다.
저녁에 오셔서 예약이 아직도 요원하다는 주치의 선생님께 수술이 빨리 잡혀서 월요일, 화요일이라고 해도 내일은 퇴원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당장 개강하는 다음 주의 수업을 올려야 하고, 이모가 전화하셨을 때 나를 찾고 계신다는 엄마도 보고 와야겠기에.
전신마취까지 하고 받는 조직검사니 유전자 변이가 나와 다음 치료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완치하고 건강하고 평온하게 엄마와 지내다 엄마를 먼저 보내드리는 게 날 때부터 시한부 인생 나의 요즘 소망이다. 예전 병원에 근무할 때 장애로 홀로 살 수 없는 아이보다 자신이 하루라도 오래 살길 바라던 정신과와 재활의학과의 수많은 어머님들처럼 말이다.
PS 그래야 나도 또 내 이웃과 사회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