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gabond Mar 06. 2024

나는 엄마인 동시에 나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울 쌍둥이 형아들 뒤치닥거리에 한동안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 주 남편은 한달 출장을 떠나고, 그렇게 coworker 를 떠내보낸 나는 홀로 울 쌍둥이 형아들과 맞섰다.

남편 출장 이후, 개학식이 있던 이번 주 전까지, 아이들과 거의 매일 24시간 내내 붙어 있으며 씨름하다

어제부터 좀 숨통이 틔었다. 

다시 오지 않은 지금의 아이들과 알콩달콩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절대 소중하지만,

단순히 '엄마'란 역할아래 집에 있는다는 것 역시 회사에서 일하는 것 못지 않게 많은 정식적 에너지를 고갈시킨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회사에서는 직장상사, 동료와 얽히고 섥힌 인간관계 스트레스, 거기서 파생되는 승진, 직무 스트레스 등

그러나 엄마로서 아이들과 뒤엉키며 얻게 되는 스트레스는

나란 존재를 쉽게 망각하게 됨으로서 얻게 되는 우울 스트레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그런 평가의 시간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함께 희미해지는 나란 존재.

경력 단절로 인해 이제는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과 안타까움

이런 감정을 애써 회피하고자 , '엄마'란 역할에 더욱 매몰되며 위안을 삼고자 하는 자기 보호 본능.


누구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요새 느끼는 감정이다.


매월 일정한 금액의 돈을 번다는 구실로, 삶의 여러가지 역할을 양해 받았던 과거와 달리,

공식적으로 출퇴근 하는 회사가 없다보니

할머니 찬스, 육아 찬스에 대한 지원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육아는 거의 엄마인 내가 도맡아서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퇴사한지 2년이 지나가는데,  언제 회사생활을 했었나 싶게 나의 과거가 꿈만 같고,

하고 싶은 일을 하러 퇴사 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대학원을 다니고, 이것저것을 시도하면서도 

휘몰아치는 육아전쟁, 가사노동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이전에는 '회사'라는 우물에서 발버둥 쳤다면,

요즘에는 

'가정'이라는 우물안에서 잠잠히 숨을 고르고 있는 중.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 위해서는

회사원이든, 가정주부든, 똑똑하던, 멍청하던 누구든 무던히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해봐야 한다.


회사에서는 하기 싫던 좋던 주어진 업무를 하면서

1년에 한번 씩 업무 평가를 하면서, 업무 평가지를 쓰고, 윗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으면서

나의 강점이 무엇이고, 무엇을 더 개발시켜야 할지 회사에서 나의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내가 생각하기 싫어도 생각해야만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주어지며

그렇게 나에 대한 인식을 쌓아가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집에 있는 엄마는

스스로 찾아 노력하지 않는 이상,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나의 강점과 단점, 꿈틀거리던 의욕과 꿈들과 쉽게 결별하며 독립된 자아, 개성있던 과거의 나를 잃게되는 경우가 종종 아니, 무수히 발생.


그러므로,

그러므로, 현재의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나를 찾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된다.


기억나는 회사 다닐 때의 나의 강점은,

어려운 내용의 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

평가절하 되었던 업무를 사람들이 주목하게 만들 수 있었으며

프로젝트를 하며 느낀 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할 수 있는 동력과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며, 소통을 못하는 건 아니구나.

공식석상에서의 말은 하면 할수록 드는 것.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무엇인가 하고싶은일을 도맡아 할때는 팀원보다는 리더의 역활이 더 만족스러웠던 점.


지난 1년 대학원을 다니며 느낀 나의 강점은

배운 내용과 실질적 나의 삶을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엄마로서의 나는,

맛있는 밥을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요리사는 아니지만,

세세하게 아이들 학원 스케줄을 짜며 챙길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한가지 절대적으로 추구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을 나와 동일한 인격으로 대하며 존중해 주고자 하는 것.

아이들에게서 배울점을 찾으며 그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나에게 있음을 찾아낸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상상되는, 꿈꾸는 나의 미래 모습.

그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나에게 뭐라 말해줄 수 있는 직장 상사가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고, 나쁜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소리.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상의 삶 아래 뭍혀버리는 나란 인간의 특성

여기서는, 엄마가 아닌 나의 모습을 다시 파기 시작하자.

땅속에서부터 

으쌰으싸.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이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