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

by 사십대 소녀

지난 주 금요일 아침까지 제출해야 하는 대학원 과제가 있었다.

남편은 회사일로 일본에 가 있었고,

일하랴, 공부하랴, 육아하랴 정신적으로 견딜만 했는데, 육체적으로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낮 시간 동안에는 시간이 잘 나지 않아 밤에 과제를 틈틈히 했는데,

목요일 밤

아이들을 토닥토닥 재우고, 새벽까지 과제를 하고 제출, 아침에 눈을 딱 떴는데,

허걱 9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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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얼릉 일어나, 학교 가야해!

엄마 길거리에 아무도 없어, 챙피해서 못가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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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연락드리고, 아이들을 달래고 달래서 학교에 보내고,

근데 몸이 너무 안좋았다. 뱃속도 니글니글 머리도 두통에

정말 서 있다간 그냥 푹 쓰러질 것 같이 오전 내내 누워서 쉬었다.



시간은 흘러흘러 3시 반이 되고, 아이들을 픽업하러 학교에 가야 했는데,

그때까지도 몸이 힘들어, 꾸역꾸역, 어찌어찌 갔는데,

학교 앞 저 멀리, 나의 모습을 보고 한걸음에 뛰어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가 활짝 정말 저절로 활짝

정말 나의 힘듦이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이것이 진정 사랑의 힘인가.



활짝 웃으며 반갑게 뛰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 순간, 아.. 정말 행복하구나.

행복을 느꼈다..


이런 순간순간의 행복과 사랑의 힘이 삶의 중심이 되어 날 이끌어 주는구나.

참으로 신기하게 그때 힘을 불쑥 쏟아오른건 거짓말 아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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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내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 무엇을 보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가.

인생의 미래가 너무 어두컴컴 보이질 않아 답을 찾느라 참 힘들었었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여행을 다니는 것도, 뭣 하나 이것이 정답이란 확신이 들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들의 사랑을 온전히 받으며, 느끼며

삶을 사는 이유가 바로, 사랑을 하며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런 강한 확신 겸 깨달음이 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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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북적부적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남편이 왔다.

그런데, 남편과의 관계는 또 다른 것 같다.

그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나의 온전한 사랑을 그저 주기 보다는

항상 기대를 한다.

어떤 행복을 기대하며 결혼을 결정한 것이였고,

그 행복은 배우자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있었다.



지금와서 보면 나의 남편은 그저 너무나도 평범한 한 남자, 보통의 한 인간인데

내가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건 아닌지

기대의 탈을 쓰고, 나의 마음을 쏙쏙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남편이 무슨 대단한 신인 줄 착각하고 사는 건 아닌지.

지금의 남편을 선택한 것은 그 누구의 결정도 아닌 나의 결정인데

종종 그 책임을 남편에게 전가시키는 나를 본다.

그때의 좋았던 것이 지금의 좋지 않은 것이 된다는 말

참으로 신비스럽게 맞아 떨어지니 신기하지. ㅎㅎ



아이들을 함께 키우면서 육아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우리는 얼마나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고 있는가.

나이가 들면서

서로 애써 노력하지 않는 관계는 점차 시들어져 무심해지기 마련이고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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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중세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배웠다.


우리가 흔히 인격이라고 알고 있는 'Persona' 페르소나.

아우구스티누스는 페르소나란 영혼과 육체로 구성된 개별인간으로 정의했고,

영혼이 육체에 생명과 존재를 증여하는 이 관계를 사랑이라 정의했다.


즉, 인간의 모든 의식적 차원을 앞서,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차원을 지닌 사랑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 생명이 부여되고, 심장이 뛰는 것 자체가 사랑.

그러므로 모든 인간이 사랑일 수 밖에 없다고.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소중하지 않은 사람, 못한 사람, 잘난 사람 없이

우리는 모두 육체와 영혼을 가진 인격으로 모두 평등하고 동등할 뿐.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앙인이였기 때문에, 신의 사랑에 대해 서술하는데,

(이 부분은 생략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잠깐 여기서는 생략하고),


이 참에 사랑이 무엇일까 다시 한번 잠깐 생각해봤었다.

진실한 사랑은 무엇일가.

그나마 지금까지의 나의 삶의 경험에 빗대어 본다면,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사랑이 그것과 가장 유사한 것 같은데,

이 사랑을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대해 나갈 수 있을까?

서로의 사랑이 만나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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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정열적인 사랑은 풋사랑 같은 것 일 뿐,

아마도 사랑은,

운명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닌,

노력 아래 만들어가는 것, 찾아가는 것 아닐까 하는.

그런 강한 확신 겸 의문이 다시금 든다.


남편과의 관계는 좀 더 지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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