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 싫은 아이들은 이상하게 먼저 다 나가더라.
늦은 나이에 간호를 시작하다 보니,
세상에 쓴맛을 좀 보고 간지라,
사소한 일에는 별로 연연해하지 않고,
싫어하는 일도 꾹 참고할 수 있는 연륜이 생겼다.
그게 참 그래서 그런지,
정말 지금 생각해봐도 어찌 보면 20대에 일을 시작했다면,
싫어서 떄려치겠다고 울었던 일들도,
흥, 칫, 쳇.
뭐, 그럴 수도 있지.
등으로 넘어갔더랬다.
세상이 그저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아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잘 버텨야겠다고 결심한 내 마음도 그렇고,
먹여 살릴 식솔들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버티고 버텨서 이렇게 얼추 높은 한 명의 간호사가 되었다.
간호사 일이 참으로 고되다는데,
참. 그 고된 일이, 그렇게나, 힘들기보단,
재미가 있는 거 보면, 나는 그래도 천상 간호사 체질인가 싶기도 하다.
300명이 함께 일하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다 맞는 게 아니다.
당연하게도.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별로인 사람,
딱딱거리는 사람, 투털거리는 사람, 무례한 사람.
이 꼭 있는데,
어느새 몇 번 만나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 신기했다.
내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뭐라 컴플레인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그 사람들은 일터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자기들이 못 버티고 나가버리고 없었다.
몇 번이나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삶에 더 통달하게 되었다. ㅎ
내가 가만히 있어도, 이상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다..!라고.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뭐, 더 재미있기도 한 거 같다.
실패하고ㅡ 웃고,
당황하고, 안도하고,
배우고, 즐겁다가,
어느 순간 또 아프고,
뭐 뒤죽박죽 그래도 이게 내 인생이니까.
이 모든 감정들도 오롯이 내 인생의 부분이니까.
잘 보듬어서 살아가 보려고 한다.
깊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