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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Jun 29. 2023

호주 사는 거요?

호주 오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점.

내가 호주 사는 사람 찬양자 인가?

아니다.

나는 호주 사는 걸 좋아한다?

좀 그렇다.

나는 호주가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하나?

1. 좋은 공기

2. 자유가 보장되는 일자리, 가족 관계, 내 생활.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그렇듯,

잊을만하면 문득문득 사람들이 질문을 던져 오곤 하는데,

질문 중 가장 한 번씩, 날 생각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아무래도,

호주 사니 좋아요?이다.


의례 여러 사람들이 질문을 할 때 보면,

이 사람이 그래도, 호주를 좋아하니깐 왔겠지 ( 사실 오기 전엔 잘 몰랐음 )

또는, 호주 좋아하니깐 살겠지 (그냥 사는 것임)

또는, 당연히 좋다고 이야기하겠지 (그건 네 생각).


하는데, 사실,

이민생활이나, 한국 생활이나,

사는 건 사는 거고,

외국에서 사나, 한국에서 사나, 내 한 몸, 가족과 진심 즐겁다면,

그곳이 한국이든 호주이든 별 느낌이 없다고 생각한다.


좋다고 왔다고 하는 건, 별로. 나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고- 몰랐다. 호주에서 사는 게 어떤지.


다만 끌렸다면,

아름다운 자연환경, 야자수, 크리스털 클리어 바닷가를 보면서,

이런 곳에 살면 천국이겠구나 한 거 정도?


편의를 따지자면, 한국을 따라갈 수가 없다.

속도전은 물론이고 - 인터넷, 배달, 서비스 속도, 유행, 먹거리,

말도 통하는 그 사람 사는 느낌 - 떡볶이 먹으며 수다 떨고, 산 오징어 회에 소주 한잔 마시며 그날 쓰린 속을 마음을 날려 보내는 걸 이해하는 것도.

불쑥 누군가에게나 도움을 청해도,  - 가족, 친구, 친척, 이모, 고모, 사촌, 동생… 가능하고.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필요하고 진정한 즐거움을 취하기엔 한국만큼 재미나고 즐거운 곳은 없는 것 같다.

아니, 다시 말하면, 한국 = 고국만큼.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깐.


그런데, 왜 굳이 외국 나와서 사나?

글쎼ㅡ 쉬운 예로, 가장 잘 알려진,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 생리적 욕구, 안전할 욕구, 소속+사랑 욕구, 존경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 중에,

한국에서는 다 채워진 나의 욕구가, 마지막, 자아실현의 욕구에서 막혀서,

항상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고 싶고, 살아 보고 싶다는 열망, 욕구가 이렇게 결국 분출되어 살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는 거다.

그렇게 살다 보니,

만족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게다가, 여기서 낳은 식솔까지 생기면,

이젠 여기가 내 진정한 집이 되고, 우산이 된다.

나의 서식지를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다.


아이들은, 이곳 생활이 더 익숙해, 엄마 아빠가 어릴 적 했던,

놀이와 음식, 그리고 사실 한국말도 익숙하지 못하니,

이 아이는 영락없는 호주 아이들인 것이다. 그 아이와 함께 또 다른 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다 보니,

이곳이 더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것이다.


가위바위보도, 알지만,

락 페이퍼 시저로 손을 터는 방식(우리는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데,

호주는 한 손을 다른 한 손에 놓아두고 하는 방식이고, 마지막에 락, 페이퍼, 시저, 슛!! 하고 낸다. 우리는 가위, 바위 보!! 하면서 보 말고도 딴 걸 내는데. ㅎㅎ

작은 방식들 하나도 다른 걸 보니,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방식의 간극이, 어떨 때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또 어떨 땐, 사는 건 다 똑같네, 가위바위보도 하고.. 한다.ㅎㅎㅎ)


그래도, 왜 호주가 좋으냐..

일단은 아이들의 교육이 스트레스가 없어서 굉장히 좋다.

아이들이 따로 무언갈 많이 공부하고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고,

그 누군가가 잘하든 못하든 지원을 해주니, 애들이 못한다고 주눅 들지 않는다.

그저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일 뿐, 못해서 정말 낙오자인 아이가 아니다.

그저 흑백이 다르고, 빨간 파랑이 다를 뿐.

나는 그런 점이 굉장히 좋다.


내 고등학교 시절엔, 등수를 매게, 쭈욱 늘어 두고,

잘하는 아이들은 도서관에 따로 공부를 시켜 우쭈쭈 하며, 떠들어도, 스트레스받아 조금 시끄럽겠거니 하던 인자하던 선생님들의 얼굴과,

반에서 남아 공부하는 아이들이 떠들면, 무슨 아이들이 어마어마한 나쁜 짓을 한 것 마냥, 비아냥 거리며 호통 치던 선생님들의

차이에서도 그렇고. 무슨 행동을 해도, 공부와 연관 지어,

엄청 행동이 거친데 공부 잘해서 뭐.. 하는 것과 얌전하고 예의가 바른데, 공부를 못해..

무엇이든, 잘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받아 마땅한 교육 현실이.

많이 답답했고 싫었다.

물론, 요즘엔 달라졌겠지..

달라졌길..



호주에서 가장 놀란 점은,

트레이더, - 페인터, 전기공, 배관공이 얼마나 돈을 잘 벌고, 잘 대접받는지 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같이 일하는 친구들의 남편들의 직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거대한 땅에, 거대한 집을 짓고 사는 아이들 모두가 이런 배관공, 전기공의 부인들이라,

와우~. 남편이 의사가 아니고, 남편이 변호사가 아니라고?


정말 놀랍다.

그런데도 우리 회사아이들 중에 집이 제일 크고, 가장 인생을 즐기고 살고. - 커다란 카라반을 타고 여행을 다니고,

집에서 바이크를 타고 다니며, 아이들도 들판에 뛰어놀며 신나게 사는 모습을 보자니,

이런 게 사는 건데.. 싶었다.

물론,

의사 변호사들은 더 벌겠고, 더 부자 일 수도 있겠지만,

배관공, 전기공, 용접공으로 내가 필요한 돈 이상의 돈을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이렇게 살아도 사는 거고, 엄청 행복한 일이다라는 걸 새삼 깨달 앗다.

( 반대로, 집에 배관공, 전기공등이 없으면 우린 어마 무시한 페이를 해야 한다는 뼈 아픈 사실도 기억하자. ㅎㅎㅎ )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이들에게 더 공부해라, 등수가 이게 뭐냐라고 가르치는 이유가 변호사 의사가 되라고 그러는 건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 현실이…


아..

주제가 호주 오기 전 알아 두면 좋은 걸들이란 주제로,

빗나가 버린 나의 이야기에 잠깐 한숨을 쉬며.


다시 한번,

호주 오게 되면,

사실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도시락도 매일 싸야 하고.

아이들 픽업 드롭도 일일이 해 줘야 하고,

내 몸이 아주 피곤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뭔가 다시 좋은 이야길 한 거 같다.


공부 스트레스가 없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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