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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Nov 02. 2023

호주에서 육아를 한다는 것? 한국과 다른 점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이다.

호주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적잖은(?) 노동력이 필요 하지만,

세 아이가 세 가지 맛으로 삶의 행복을 알려주는 것은 참 즐겁다.


호주에서 육아는 일단, 아이의 행복이 우선시되는 게 목적이 되는 것 같다.

행복과 건강. 독립적인 개체를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호주 육아의 목적이다.


저 번달 구월 한 달을 한국에서 보낸 나로서는, 비교가 더 생생히 되는 거 같아 한국과의 차이를 남겨 보기로 한다.


1. 호주는 아이의 행복과 건강이 우선이다.

호주에서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학교도 아침 9시 시작 3시면 마친다. (한국은 좀 더 일찍 마친다.-초등학생의 경우)

공부를 강요하는 부분은 아마, 숙제.. 하루에 한 페이지도 안 되는 거라든지.

요가하기, 엄마 아빠 돕기, 숙제 거꾸로 세기, 책 읽기 등..

학습에 관련된 건, 그저 스펠링 쓰기 찾기 등..

너무 간단해서, 십분 정도 투자 하면 다 끝이 나고 만다.

나머지 시간엔 하고 싶은 거 하고, 놀고, 먹고, 자전거 타고, 그리고 잔다.

아이들에게 숙제나 공부로 잔소리 크게 할거 없고 (이 나마의 숙제도 좀 앉아서 해라!-라고 하긴 한다.)

아이의 한달 숙제( 초 2)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갔더니, 친구 아이들 학원 스케줄이며, 학원 숙제에 학교 숙제를 보자니.

뭐가 그렇게 할게 많고 시킬게 많던지.  애들이 그렇게 해 나가고 있다는 게 너무 대견하면서도 짠했다.

하기 싫어하는데 억지로 앉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호주에서는 그럼 그렇게 공부를 안 시키면 어떻게 하냐? 고들 한다.

그렇다.


공부의 목적은.- 아이들의 삶에 기초와 실력을 닦아 주는 건데.

이 살아가는 스킬에서 “너무 많은”양의 공부는 사실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특히나 아이에겐…


아이들은 그저 산수, 읽기, 쓰기, 놀기만 잘해도 잘 산다.


한국의 공부 목적은: 이 아이가 남들보다 공부 잘해서, 남들보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남들보다 혹은 남들만큼.

잘 사는 것..이다. 내가 아닌 자꾸 남들과 비교과 되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는 너무도 커져 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는지..


우리 사촌 동생은 소위 명문 여대를 나와서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직접 다 시켜 주는데,

그건 정말 좋은데. 아이가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저 잠깐 봤는데도 힘도 없고..

사촌 동생이 호주 대학은 어떤지, 공부는 어떻게 시키는지를 다다다 물었다.

갑자기,

“우린.. 공부 안 시키는데. 학교에서 하면 되지..”라고 했다가, 외계인을 쳐다보는 눈빛에 당황해야 했다.

“아 시드니 쪽엔 조금 학원 같은 게 있나 보더라”라고 했다가,

“아. 역시 지방이라 다른데 거기도..”라고 했다. 어느 순간, 브리즈번이 지방이 되어 있었다. ㅎㅎㅎ

브리즈번에서 대학을 나오면 지방대. 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촌 동생 아이에게.. ” —이는 공부하는 거 좋아?”라고 했더니, 아이가..” 나의 삶이 앞으로 편해지려면 열심히 해야 해요.. “라며

슬픈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사촌 동생은, 이 아이가 커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길 원한다며, 자신이 엄청 혹사시키는 걸

반쯤 인정하는 눈치였다. 흠…. 맞는 걸까? 그 아이는 이상하게 다른 남자아이들은 아프지 않았는데, 아파서 약을 먹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을까…

아이는 모를 수 있지만.. 그래도,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어봤을까? 넌 xx 가 되어야 해..라고 했을까.



상상에 맡기겠다.


여하튼, 이 공부의 목적은 직업 찾아 아이가 자기 혼자 먹고 살길을 찾아 주는 건데,

이 직업이란 게.

호주는 그 어떤 직업을 해도 다 잘 먹고살고 행복하게 산다.

어떤 직종이든 합당하게 대우받고, 돈도 잘 벌고.


예를 들어, 저번주 우리 집 하수구가 막힌 거 같아 배관공을 불렀다.  생활 하수구라 배관공을 불러도 쉽게 될 줄 알았는데.

일단 나온 금액이 500불.. 40만 원이다. (이것도 할인 받은거..집에 가는 길에 잠깐 들려서 고친다고 왔다가 할인 받음..)


그리고 지금 우리 집에 수영장을 설치 중인데.

이 금액만 일억이 넘게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가, 풀 설치 할 때 배관공 아저씨가 내가 일을 가는 걸 보더니,

“어? 병원에서 일해?” 그렇다고 하니, 아 우리 와이프도 의사인데 지금 애 키운다고 쉬고 있는데..라고 했다.

우와… 의사도 배관공이랑 결혼하는 나라. 이 나라 호주...  그리고 우리 간호사 친구들 사이에 남편들도

전기 기술자, 배관공, 데크 설치자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 집들은 아주 그냥 의리 의리 하다.

맞다.

배관공, 풀 설치자, 그리고 데크 설치자든 다. 돈을 정말 잘 번다.  물론, 이 친구들 일을 오래 했을 거다.

말하자면 경험이 수십 년인.. 대학 나오지 않고, 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서 그렇게 경력 쌓고 잘 산다.



돈을 잘 버니까 행복하게 잘 산다.

의사 간호사 부인들 만나서 매번 캠핑 다니고, 여행 다니고 정말 호사 곱게 산다.


무슨 뜻이냐고? 한국은 특정 직업을 가져야 돈도 잘 벌고, 행복하고, 즐겁게 산다고 생각하니까..

아이들에게 그것이 되어야 한다고 푸시해서 하기 싫은 공부 하며.. 힘들게 스트레스받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내 의견이다.


2. 그럼 학원을 안 다니면 뭐해요?

호주는 스포츠를 많이 한다. 스포츠라면,

럭비, 축구, 농구, 네트볼, 짐내스틱, 테니스, 골프등.

여러 가지 종목의 스포츠 학원을 다닌다.

학원이라기 보단 가서 운동하고 친구들이랑 노는 곳이다.

우리 아이들도 한국인들이 하는 스포츠를 다닌다.

한국말을 하면서 놀길 바랐는데, 그러지 않아 아쉽다.ㅎ

한국에서 영어 가르치기 힘들듯, 여기서도 한국어 가르치기가 쉽지가 않다.


3. 호주엔 아이 배려를 하는 곳이 많다.

놀이터가 야외엔 정말 기본적으로도 정말 많지만, 큰 쇼핑센터 안에 가면 작게라도 아이들이 놀 공간이 어디든 있다.

카페에 가도 아이들이 먹을 메뉴들이 즐비하고.

아이들에겐 즐겁게 놀고먹을 권리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갔더니… 흠..

일단, 돈을 안내면 아이들이 놀 공간이 별로 없었다. 키즈 카페가 많아서 보내면 되기는 하지만, 잠깐 가려해도 돈 10 만원은 우습게 깨진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키즈카페 넣고, 부모님 돈 별도로 받아서 내고, 그리고, 커피 마시고, 아이들 먹을 거 사주고 나면…

돈이 날아간다. 그런데, 키즈 카페 말고, 잠깐 카페에 가서 같이 뭘 마시려고 해도.

아이 메뉴는 없나요….? 했다가.

아이스 초코, 나 무슨 티 같은 걸 마시면 된다고 권하긴 하던데..

아이들 입에 맞지 않고, 사이즈도 너무 커서. 카페 한번 가면. 역시나 또 후다다닥, 먹고 나왔다.

그리고 한 번은 키즈카페에 가서도, 애들이 거기 있는 메뉴들에 매료되어, 놀지도 않고, 이것 저거 시켜 먹느라, 사실 그날은 15만 원을 쓰고 나왔다.

2시간 반! 만에..!

아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친구를 만나서 간 거라, 이 아이가 그걸 먹음 다 같이 그걸 먹겠다고 난리고,

저걸 먹음 저걸 먹겠다고 난리 부리고. 이게 뭔가 싶게, 아이들이 멍멍이 진상을… 그것도 돈을 내고( 2만 5천 원 - 인당) 들어간 자리에 1시간을

간식만 먹고 앉아있으니 속이 터져? 안 터져? 휴……

아니, 왜 제대로 된 놀이터가 야외엔 없는 거야.. 도대체..

집이 해운대라 망정이지, 아니었음 바닷가 간 거 까지 돈을 내라고 했다면, 아마도

가세가 기울어서 호주로 돌아왔지 싶다.




4. 아파트라.. 집에서도 맘 편히 쉬지 못했다..

호주에서 아파트에서 살아 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친청이 아파트라 어느 정도 교육도 각오도 했는데.

그래도 아이들 노는데, 이렇게 항상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하는가 싶을 정도로 맘고생을 했다.

엄청 조심시키고, 항상 조마조마 하고.

아이들에게 밑에 사람이 사니 언제고 까치발로 걷기를 종용하다 보니.

내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이들도 내 스트레스를 눈치채서일까. 집에서 맘 편히 놀고 쉬지 못하지

많이 답답해했다. 아…

한국엔 아파트가 이렇게나 많은데, 아이들을 다들 어떻게 키우는 걸까? 하고 생각했는데.

치과 의사인 친구가 이번에 만나는 길에, 조금 늦게 나왔다.

그래서 오늘 병원이 늦게 마쳤어? 그랬더니,

“아니 사실 오늘 아파트 1층에 집이 급히 나와서 계약을 하고 왔어 ㅋㅋ”라고 했다.

그 친구도 아들이 둘이라, 한창 전전긍긍하다가, 1층 집이 나오자 급히 계약을 해버렸다고 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왔다고 그래서 급하게 하고 왔어! ”하고 해맑게 웃었다.

친구야.. 잘했다 잘했어.

애들은 편히 뛰어놀아야 한다..!!



이번에 한국 가서 가장 즐겁게 논 곳이,

경주인데, 마음껏 뛰어놀고, 걷고,

호텔도 키즈 전용 호텔이라, 풀 빌라에 놀이터 바비큐 장치까지 되어 있어서 정말로 신나게 잘 놀다가 왔다.

아이들도 경주가 가장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역시 아이들은 초록 풀 보면서 뛰어놀고 즐겁게 눈치 없이 노는 걸 자기들도 맘 편하게 느낀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럼 호주 육아의 단점은 뭐냐?

아이들 픽업해 주고, 급식이 없고.

아이들이 친척들 친구들 잘 못 보는 거..

그거는 슬프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비행기표 끊어서 한국 자주 가려고 한다.

이번에 갔더니, 엄마도 많이 나이 들어가시는 게 보여서 마음이 안 좋다.

친구들도 더 자주 보고 놀고 싶은데, 그걸 못해 아쉽다.

1500원짜리 손흥민이 선전하는 아이스커피도 그립고.

집 앞 순대트럭도 생각난다.


그래도, 난 아이를 한국에서 키울 자신이 없다.

내가 그 경쟁에서 혼자 청초하게 학원 안 보내고 키울 자신이 없고..

우리 아이들도 따라와 줄 거 같지 않다.

그래서 난 다시 호주에서 삶에 익숙해져 간다.


한국에서 온 지 오늘이 딱 28일째이다.

나는 호주에 사는 찐 한국인이다.

남편이 사 온 아귀찜이나 먹어야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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