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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Mar 19. 2023

누가 그래요? 이탈리아, 식전빵 손대면 빵값 낸다고

<이탈리아, 오해 없이 제대로 즐기기> 이탈리아 식당 빵값 논쟁

요즘 유명 유튜버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지도가 있다. 오랜 기간 꾸준히 영상을 올린 경우, 이름을 알릴 기회는 커지지만 소재도 고갈되기 마련. 소재의 한계를 느낄 때 영상의 소재는 문어발 식이 되기도 한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소재는 이런 류가 아닐까? 여행, 먹방, 혹은 여행 가서 먹방. 굳이 여행 전문 유튜버로 출발하지 않더라도, 현지에 대한 상식이 없더라도, 인지도만 있다면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콜라보를 해서 올린 영상을 흔히 본다.


우연히 구독자가 1.14 Mln 되는 한 한국 청년의 영상을 봤다. 로마 여행 중, 현지 거주 한국인에게 식당 매너에 대해 배우는 컨셉의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던 중 ‘음...... 어허...... 왜 이러실까?’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는다.


로마 거주 한국인이 한국인이 잘 가지 않는 현지 식당이 있다며 식당에서 메뉴를 보며 이런저런 설명을 하던 중이었다.


식탁 위에 놓인 빵바구니를 보곤 한 마디.

“식전 빵은 일단 손을 안 대는 게 좋습니다. 손을 대면 돈을 내야 하니까요.”라고 둘이 호흡을 맞추어 이야기하는데, ‘음...... 어허..... 스페인 타파스 바 이야기도 아니고, 이탈리아 식당에서 빵값을 따로 낸다고? 이 사람들이....’ 싶었다.



<이탈리아에 식전 빵이 있었던가?>


'식전 빵’이라고 하면 식전, 즉 식사 전에 먹는 빵이 되겠다. 마치 몇몇 한국의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식전 빵입니다.”하며 빵 몇 조각과 함께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을 담은 작은 종지가 함께 나오듯이. 식당에는 앉았고, 배는 고프고, 음식 나오는 데 시간은 걸리니 배가 많이 고프면 우선 빵이나 좀 먹고 있으라는 의도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식전빵이라는 게 있었던가?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한 접시가 나오기 전에 빵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식사 전에 먼저 드세요.’ 하는 의도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탈리아 식당에서 빵은 식사가 나오기 전에 가져다주지만 식사 중에 먹는다. 짚고 넘어가자면 '식중 빵'이 맞는 말이겠다. 식사 전에 몇 조각으로 땡이 아니라, 식사 중 빵이 동나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이 빵을 리필해 주니 말이다.


저렴한 대중식당일수록 서비스는 간략하고 신속하다. 그 간략한 서비스에도 몇 가지 원칙은 존재하는데 ‘빵’도 그중 하나다.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거의 반드시’ 빵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빵 바구니는 후식을 시키기 전까지 식탁 한 모퉁이를 차지한다. 아무리 격식이 없는 식당이라도 식사가 나왔는데 빵이 없거나, 후식이 나올 때까지 빵을 치우지 않는 곳은 없다.

그만큼 이탈리아 인들의 식사에서 빵은 중요하기 때문에 빵값만 추가로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탈리아 인을 손님으로 받지 않기로 작정한 이탈리아 식당이라면 모를까? 마치 한국 백반집에서 식사 주문과 함께 알아서 나온 공깃밥에 손을 대면 추가로 밥값을 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 이탈리아 식당에서 빵을 먹으면 돈을 내야 하는가?>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이탈리아 식당에서 ‘빵을 드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서버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물어본다는 뜻은 대부분 당신이 당신의 선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겠냐는 뜻이다.


보통의 경우, 테이블에 아무 말 없이 가져다주는 빵은 따로 비용 지불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 한 번, 이탈리아에서 외식을 하며 빵값을 추가로 낸 적이 있긴 하다.


이탈리아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밖에서 식사를 할 때 빵에 돈을 추가로 낸 적은 딱 한 번 있다. 밀라노에서였다. 두오모 근처 <Spazio Niko Romito Ristorante>.

니코 로미토 Niko Romito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쓰리 스타,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에서 선정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오너 셰프다. 그의 레스토랑 <레알레 Reale> 너무 멀고, 차선으로 그가 밀라노에 캐주얼 레스토랑 격으로 오픈한 <스빠찌오 Spazio>에 갔을 때다.

 코스  하나로 넣을 만큼 빵부심이 있는 셰프인 만큼 <스빠찌오 Spazio>에서 제공된 빵은  사람  고작  조각에 불과했다. (식사 내내 한 사람 당 고작 얇고 작은 한 조각의 빵이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흠! 식사 중 빵이 없으면 큰 일이 나는 줄 아는 일반적인 이탈리아 사람에겐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너무도 훌륭한 빵의 풍미와 식감에 나와  친구들은 연신 빵을 추가했다.

이탈리아 인들에게 빵은 밥과 같은 격이라 테이블에 빵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이탈리아 인들도 많다. 그렇다. 그렇다. 빵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처음 테이블에 제공된 빵과 달리 추가 빵은 유료였다는 것. 너무나도 훌륭한 빵 맛에 식사 중에는 즐거웠지만,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는 이탈리아 인인 내 친구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식당에서 빵을 돈을 내고 먹다니!!!!”



<이탈리아 여행 중, 식당에서 나오는 빵을 먹으면 추가로 돈을 내는가? 정리!>


보통의 이탈리아 식당에서라면, 식사  테이블 위에 나오는 빵값이 따로 계산되어 나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탈리아의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하고 단정하지 않았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로마의 극소수 관광객 대상 식당에서 빵은 물론 올리브 오일까지 돈을 받는 곳도 생겼다고 하니, 이탈리아 인이 들어도 황당해서 혀를 내두를 이야기다.) 마치 ‘보통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치즈 가루,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등을 부탁했을  추가 계산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간혹 몇몇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기본 제공 빵 외에 추가 빵에 대한 값이 청구되어 나올 수 있다. 그런 경우, 주문하기 전 메뉴를 잘 살펴보면 추가 빵에 대한 가격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을 것이다.

단! 물값과 자릿세는 내야 한다는 것! 어떤 수준의 식당이든 물은 시키는 대로, 그리고 핏쩨리아를 가더라도 꼬뻬르따(Coperta)라고 불리는 자릿세는 인원수만큼 자동으로 추가되어 나올 거라는 건 알고 이용한다면 청구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분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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