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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07. 2024

피렌체에서 완벽한 저녁 식사

Ristorante Buca Lapi

“운이 좋게 그 레스토랑 예약에 성공했어!” 피렌체 여행을 계획한 친구가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레스토랑 저녁 식사 예약하는데 굳이 ‘성공’이란 표현은 좀 과하지 않나?


더구나 여행을 떠나기 전 너무 바빠  ‘그 레스토랑’이 어떤 레스토랑인지 알 여유도 에너지도 없었으니. ‘그 레스토랑 예약 성공’에 대한 친구의 흥분과 자부심을 이해하긴 어려웠다.


나라면 지하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란 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로 예약하지 않았을 테다. 그렇다. Buca Lapi는 지하에 있다. 곁들임 채소인 contorno 콘또르노는 10유로 추가다. 한국으로 치면 반찬으로 그냥 나오는 익힌 시금치 한 접시에 15000원 정도 한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밤 10시가 넘으면 어떤 주문도 더 이상 받지 않고 오픈 키친은 이미 마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해야겠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가끔 타인이 대신해 주는 선택이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하기도 한다는 걸.


내 생에 최고의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니 절묘하게 구워 씹을 때마다 고소한 육즙이 터지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부드럽게 그렇지만 너무 익히지는 않은 시금치(심지어 마늘을 빼 달라는 나의 요청도 흔쾌히 들어주었다.), 레드 와인을 넣고 낮은 불에서 뭉근하게 졸여 입에서 살살 녹게 익힌 멧돼지 라구, 그 라구로 버무린 얇으면서도 탱글한 식감의 빠빠르델라.


많은 것이 들어가지 않은 몇 가지 좋은 재료로 잘 요리한 간단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음식, 내가 찾던 맛이다.


2019년 빈티지의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 산죠베제 95%, Rocca di Castagnoli 와이너리. 심한 감기에 코도 목도 다 막힌 와중에도 굉장히 만족한 와인이다.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병원 응급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고 나왔더니 해가 다 져 있어 느꼈던 당혹감, 허무함 그리고 피곤함은 고소한 스테이크와 부드러운 시금치, 밸런스가 잘 잡힌 몇 잔의 와인, 그리고 유쾌한 담소로 모두 날려 버렸다. 그렇다. 그날의 저녁 식사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스테이크 1인분  접시에 70유로, 길고 넓은 생면 파스타 빠빠르델라에 멧돼지 고기 라구로 맛을  파스타  접시는 20유로. 단순한 전통 스타일의 음식을 내는 피렌체의 다른 오스테리아나 뜨라또리아보다 가격은  있는 편이지만, 그냥 믿고  보시길. 단순하지만 좋은 재료로  조리한 렌체 전통 요리와 와인 리스트가 정직하다.


만약 ‘운 좋게 그 레스토랑 예약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멀리 보이는 오픈 키친 모습. 밤 10시가 넘어서자 이미 주방은 깨끗하게 정리가 끝났다. 한 사람만 남아 마무리 체크를 하는 모습이다.




Buca Lapi

Via del Trrebio 1r, Firenze

월-토 19-23

전화 +39 055 213768

이메일 bucalapi@gmail.com

http://www.bucalapi.co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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