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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Nov 11. 2024

최후의 만찬 전화 예약은 미션 임파서블?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성당 Santa Maria delle Grazie 성당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직접 보신 분 있나요? 


그렇다면 전화 예약을 해 보신 분은요?


한 달 전쯤, 지인의 요청으로  ‘미션 임파서블’급의 도전을 했습니다. 바로 최후의 만찬 티켓 전화 예약하기!


티켓 예약하는데 뭘 ‘도전’까지야……. 엄살은! 하실 겁니다.


전화 예약을 하려면 먼저 전화 통화가 되어야 할 진데, 이탈리아에서 은행이든, 구청이든, 병원이든 대부분의 상담 번호로 전화를 하면 으례 그렇듯이, 언제나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 정말 전화 연결이 가능하긴 한 건가, 이 번호가 맞긴 한 건가 싶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시도했더니 상담원이 전화를 받긴 받더군요.


“11월 19일 오후 혹은 20일 오전 예약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7명 그룹이라 전화 예약만 가능하다고 해서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단, 저를 위한 예약이 아니라 제 지인을 위한 예약입니다. 이럴 경우 예약이 어떻게 진행됩니까?”


“11월 19일과 20일 예약은 모두 찼습니다.”


어떻게 성공한 전화 연결인데, 지인의 관람 희망 날짜와 시간을 이야기하니 ‘아이쿠, 이를 어째요?’ 이미 예약이 만료되었다는 비보가 날아왔습니다.


단, 가이드가 붙는 조금 더 비싼 입장권은 아직 예매 가능하다는 친절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제가 결정할 수가 있나요? 모처럼 연결된 전화 찬스지만 눈물을 머금고 끊을 수밖에요.

지인에게 예약 가능한 시간과 조건에 대한 안내를 하고 다시 무한 인내심을 장착한 후 콜센터에 전화를 계속해 댈 수밖에요.


아! 드디어 이틀 후, 다시 한번 전화 연결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상담원이 바뀌었으니 다시 설명을 일일이 해야지요. 다행히 원하는 시간대의 7명 표가 여전히 남아 있었어요. 영어 가이드가 붙는 조건이긴 했지만, 그게 어딥니까? 드디어 예약에 성공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5인 이상 단체 예약을 할 경우, 각각의 신분증 영문명이 모두 필요하다는 건 어찌하여 지난번 통화한 상담원이 공지하지 않았던 걸까요?


네, 다시 허무하게 전화를 끊고 다시 지인에게 7인의 여권 영문명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요, 다시 오랜 기다림 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꼭 쥔 채로요.


다시 한번 어찌어찌 기적처럼 전화 연결이 되었습니다. 전화를 건 용건도 다시 다른 상담원에게 처음부터 설명했습니다. 다행이었어요. 이번엔 꽤 인내심이 있는 경험이 많은 상담원이었습니다. 제 설명을 들은 후 꽤 긴 한숨을 푹 쉬긴 했지만요.


“휴~ 그래요. 알겠습니다. 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 되겠군요. 자, 지금 통화하는 예약자 본인의 영문명과 예약자의 이메일, 그리고 관람 희망자 7인의 영문명을 하나하나 모두 불러 주세요.


아! 두둥! 마리아나 주세페 같은 이탈리아 이름과 성이라면 그냥  이름과 성을 불러주면 될 테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인의 성과 이름을 구분할 감도 없으니 일일이 철자를 불러야 했어요. 더구나 전화상 오류를 줄이기 위해 이름의 철자 대신 그 철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이야기해야 했죠.


LEE JIYOON, 성은 이, 이름은 지윤이라고 해 봤자 알아듣지 못하니 길고 긴 통화는 이렇게 계속되었습니다.


“예약자인 제 이름부터 말씀드릴게요. 성은 리보르노 Livorno 엠폴리 Empoli, 엠폴리 Empoli입니다. 이름은 유벤투스 Juventus, 이몰라 Imola, 요거트 Yogurt, 올비아 Olbia, 올비아 Olbia, 노바라 Novara입니다.”


 이름과  석자 확인에만 한참이 걸렸지요.    이메일과 7인의 이름과 성을 모두  방식으로 확인해야 했으니 상담원에게 눈치가 보여 진땀이  정도였죠.


휴~ 한참 후, 다시 한번 일일이 이름과 성에 해당하는 철자로 시작하는 단어들의 긴 행렬 확인이 끝나서야 긴 터널과 같은 전화 예약을 완료했습니다.


예약 확인 이메일이 제 이메일로 도착했고, 그 이메일을 지인분께 전달드렸어요. 그 공들여 힘들게 한 예약이 24시간 안에 결제를 하지 않으면 자동 취소가 되는 구조더군요. 다행히 지인분이 이메일에 연동된 비바티켓 vivaticket 사이트에서 이메일을 받자마자 바로 결제를 하셨습니다.


이렇게, 최후의 만찬 단체 예약 도전기가 끝났습니다.(라고 글을 끝맺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얼마 뒤 지인분의 연락이 다시 받았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여행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대신 다른 분이 함께 오십니다. 참석자 명단 변경을 해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O, Mio Dio~! 오, 신이시여!






글 제목에 첨부된 이미지는 최후의 만찬 공식 예약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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