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oncello
이거 무슨 술이야?
한국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말이죠.
어머나! 반가워라! ‘리몬첼로’(limoncello)군요.
리몬첼로 사진만 봐도 남부 아말피 해안가 작은 마을 에르끼에(Erchie)에 살고 있는 10년 지기 친구들 세넴과 장피, 젠나로, 파올라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바다를 접한 절벽 위에서 해풍을 맞으며 1년 내내 자라는 경사진 젠나로네 레몬밭도요.
얼마 전 남부 이탈리아에 다녀온 지인에게서 한국의 친구네가 리몬첼로 선물을 받았나 봅니다.
술의 이름과 투명한 병을 통해 보이는 고운 노란색, 라벨에 붙은 디자인을 보고 아마 짐작들 하셨을 거예요.
네, 리몬첼로는 레몬으로 만든 술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레몬 껍질을 알코올에 침전해 우려낸 후 시럽과 섞어 숙성한 식후주지요. 남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가에는 집집마다 고유의 리몬첼로 레시피가 있답니다.
멀리 남부 이탈리아에서 귀하게 모셔온 리몬첼로, 어떻게 마실까요?
남부 친구네에서 자주 마시던 리몬첼로는 언제나 냉동실에 들어 있었어요.
술을 냉동실에? 무슨 레몬 셔벗도 아니고 조금 이상하지요? 걱정 마세요. 리몬첼로는 냉동실에 넣어도 얼지 않는답니다. 냉동실에서 막 꺼내 작은 리큐르 잔에 조금 따른 리몬첼로는 남부 이탈리아 여름 무더위에 식후주로 딱이지요.
식사를 끝내고 뭔가 달달한 게 당길 때, 새콤달콤한 차가운 리몬첼로를 꼬마 리큐르 잔에 조금 따라 드셔 보세요.
리몬첼로를 즐기는 가장 클래식한 방법이랍니다.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을 원하신다면 잔 안에 얼음 조각과 함께 넣고 조금씩 얼음을 녹이며 즐기시는 방법도 있어요.
레몬 셔벗 위에 조금 뿌려 드셔도 별미지요.
간단한 칵테일은 없냐구요? 프로세코에 갓 짠 오렌지 생즙을 섞어 마시는 간단한 칵테일 ‘미모사’(Mimosa)의 변형은 어떨까요?
프로세코에 리몬첼로를 조금 섞어 보세요. 집에 바질 화분이 하나 있으시다면 바질 잎 하나도 잊지 마시구요. 꽤 괜찮은 궁합의 색다른 칵테일을 몇 초만에 준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탈리아 북서부에 살고 있는지라, 남부 친구네에 한 번 가기가 마음처럼 쉽지가 않네요. 이 멀리 북부 이탈리아에서도 남부 아말피 해안에서처럼 레몬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데 말이죠. 꼭 얼굴을 봐야 맛인가요? 바쁜 핑계 다 접고 해가 밝는 대로 안부 전화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