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저할 때 생각 해야 할 것들
두통, 치통, 생리통엔 게보린.
한 해열진통제의 익숙한 광고 카피이다.
숙취에 시달리는 나에게 두통은 익숙한 고통이고,
남자이기에 생리통은 느낄 수 없는 고통이다.
그렇다면 두통과 생리통 사이에 있는 치통은?
긴장되는 고통이다.
20세기 초 이누이트의 족장이 된 체코인 얀 벨츨은
자신이 쓴 <황금의 땅, 북극에서 산 30년>에서
극지의 삶에서 가장 어려움은 외로움도 아닌 치통이라고 기록했다.
치과적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얀 벨츨의 지인 중 한 명은 치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총을 겨눈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내 치아를 하나하나를 꺼내서 깨끗이 칫솔질하고 다시 끼워 넣을 수 있다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은땀으로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상상은 매번 야식을 먹고 나서 밤늦게 그냥 널브러졌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간절하다.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저지를 핵전쟁을 걱정했던 사라 코너와 같은 심정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고통은 항상 같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