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블라블라 - 율무차
가을을 다시 만나다.
고등학교 때는 항상 배가 고팠다.
쉬는 시간 10분은 항상 짧았기에
난 줄이 길지 않은 자판기 앞에 섰다.
커피, 우유, 율무차
단출한 메뉴 중
난 율무차를 선택했다.
십 대에게 율무차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힙한 메뉴가 아니었지만
본 적도 없는
율무란 곡식의 이름이
제목으로 쓰인
율무차를 마시고 나면
이 끝없는 허기짐도
사라질 듯했다.
버튼을 툭하고 누르면
종이컵이 톡 하고 떨어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액체가 담겼다.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50원짜리 동전도
거스름돈 함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율무차 한 모금 하고
위를 올려다보면
높은 가을이 있었다.
오늘 늦은 오후
갑자기 허기가 졌다.
평소대로
커피믹스 봉지를 들었다가
옆에 있는 율무차를 보았다.
율무에 호두, 아몬드까지
한봉에 담겨 있었다.
전기포트로 끓인 뜨거운 물을
컵에 붓고 차숟가락으로
잘 저었다.
맛있었다.
베란다 밖에도
저 멀리 가을 하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