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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Dec 03. 2023

바람, 빛, 공간, 그리고 여유

올해 세 번째 제주 여행


선행학습이라는 그리 탐탁지 않은 예고. 딸아이가 직접 하고 싶다니 어쩔 수 없이 수긍했지만,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고 싶었다. 해서 대입 전까지는 어쩌면 - 진심으로, 그리 될 일은 없길 바랄 뿐 - 마지막 가족여행이 될지 모른다는 성급함에 회사의 복지 제도를 활용. 제주로 왔다. 제주 동북에 위치한 곳. 섭지코지. 그중에서도 휘닉스 아일랜드.


모쪼록 딸아이와 조금 더 가까이 함께 호흡하며 숨 쉬고 웃으며 손 잡을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랐다. 그 여행의 추억을 열 컷으로 소개한다. 어찌 딱 열 컷으로 축약할 수 있겠나. 물론 가족의 클라우드 공간엔 수백여 장의 사진이 소복소복 쌓여 우리의 추억을 담아두었다.


그저, 이 글을 보는 이들이 가족 혹은 미래 가족이 될 연인에게 참고가 될만한 정보로 활용되길 바랄 뿐.


#1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마님보다 키가 더 커버린 딸내미. 고등학교 가기 전 여행 가능 타이밍 퀘스트. 그러나. 하교 후 늦은 출발, 공항까지 리얼헤비트래픽, 결국 비행 편 변경에 딜레이까지, 라스트 렌트 타임을 찍고 야밤 체크인. 휴…

교훈: 공항으로 출발은 가급적 넉넉히 세 시간 이상 여유를 두고 나서시길 바란다.

(혹 비행 편 스케줄보다 늦을 거 같다면 전화를 통해 다음 비행 편으로 변경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비추. 전화 통화가 성공하는 데에만 족히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2

푸른 바다, 야자수, 그리고 편대비행.

우도로 들어가는 입도 배편은 가급적 렌터카를 그대로 가져가길 추천한다. 렌터카를 성산포 종합 터미널 주차장에 두고 들어가 전기 오토바이, 삼륜 전기차를 빌릴 수 있으나 2인용 뿐이다. 3인은 4인이상의 전기차를 재 렌트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반 렌터카를 들고 들어가는 비용의 두 배, 이륜이나 삼륜 전기차를 빌리는 비용 역시 차량 입도 비용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악성 가성비를 자랑한다.

물론 사진과 같이 역풍을 뚫고 마따님을 가이드할 허벅지 텐션과 가이드 퍼포먼스를 보일 자신이 있다면 무시해도 좋은 조언이다.

그러나 우도는 아름다웠고, 푸른 바다에 편대비행하는 갈매기와 행복샷을 경험할 수 있고, 해물라면과 흑돼지 버거 그리고 우도 시그니처 땅콩아이스크림은 우리 가족 모두의 미소에 일조했다.


#3

찐 맛집과의 조우.

기대하지 않았던 느린 드라이빙은 여행지 주변 작고 소박하지만 찐맛집을 발굴하기에 좋은 스킬이다. 이번 여행에도 이 스킬은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중에서도 오드리 김밥과 월드 클래스 피시앤칩스는 왜 1인 운영 음식점도 성공할 수 있는지 그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반드시 전화로 1시간 전 예약 하고 가셔야 한다.


#4

여행의 백미 중 하나.

또 다른 나, 또 다른 내 안의 생각을 발견하고 싶다면 미술관을 추천한다. 이번에도 적중. 본태 미술관. 특별관까지 다섯 관으로 이어지는 동선에서 느낀 빛, 여유, 물, 공간, 대화 그리고 타협하지 않은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노출은 우리 가족의 시간을 아름답게 수놓았고. 특별히 만난 구사마 야요이 특별전은 아방가르드 작품세계의 설치미술, 펌프킨에 대한 애착, 세계 공간에서 느껴지는 의미를 다시 사색하기에 충분하다. 적극 추천할 공간이다.


#5

돼지고기의 정점

그런 곳에 선 맛집이 있다. 이름은 숙성도. 제주에서도 세 개 지점을 운용하고 있고. 대표는 매일 10kg의 돼지고기를 3년 이상 먹어가며 어떻게 숙성해야, 어느 정도 숙성해야 되지고기의 육즙을 최대한 가두면서 식감이 좋을지 연구해냈다고 한다. 들어서는 순간 숙성냉장고의 위용에 놀라고, 뼈등심과 뼈목살의 자태에 한 번 더 놀라고, 입에 들어선 육즙의 향연에 그만 감동하고 만다. 2023년 5월부터 캐치 테이블로 예약 시스템을 변경했으니 편하게 예약하고 갈 수 있다. 단, 당일보다는 하루 혹은 이틀 전 예약해두길 권한다. 피치 못할 시간 조정은 당일 불가.

(본점 제주점 외 인천 송도, 전라 광주에만 있던 분점 외. 2023.01 동판교 현백 뒤쪽으로 또 하나의 숙성도가 오픈한다. 수도권 내 고기마니아들에겐 희소식~ )

#6

재래시장.

가족 여행을 가면 반드시 수행하는 퀘스트. 재래시장엔 지역 특산물은 물론,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지에서 모인 여행객들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미도 좋다. 특산물과 함께 어우러진 주전부리 신세계도 부족하지 않다. 딸아이는 이 와중에도 초코 와플을 찾는다. 이상하지 않다. 이것이 가족 여행의 백미니까.


#7

바다가 보이는 욕조.

반신욕을 즐기는 편은 아니나 출장이나 여행으로부터 쌓인 피로를 여행 중간에 풀기엔 상당히 좋더라. 이번 숙소(블루동)에선 다행히 블라인드를 걷으면 바다가 보인다. 저녁엔 별을 볼 수 있어 좋다. 모든 걸 내려놓고 알몸으로 말이다.


#8

아내와의 포즈

시도해보지 않았던 여행길.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작은 행동에도 큰 의미가 어린다. 아내와 이 한 컷은 공개하기 어렵게 겨우 승낙을 받아 공개한다.


#9

새로운 프로필.

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나는 타인에게 보이는 또 다른 시도. 결과가 좋던 나쁘던 현재의 나를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좋은 사진이 남는다면 이 또한 큰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10

맛 중의 맛

역시나 현지 맛. 그중에서 선험을 통해 반드시 가족에게 선보이고 싶은 맛음식은 100 적중한다. 가을 라이딩에서 경험하면서 이 맛음식은 반드시 가족에게 선보이리라 다짐했었다. 맛집은 반드시 가족을 데리고 가 함께 즐기는 것과 같은 행복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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