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내리지만 흐르는 삶
I am rooted, but I flow.
나는 단단히 뿌리를 내리지만 역시 흐를 수 있다. 내 인생의 가치관이 전부 담겨있는 문장이다. 당분간은 이 말을 마음속에 새기며 지낼 것 같다. 요가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던 이유도 요가를 할 때면 지금 이 순간에, 나의 이 마음에 뿌리를 내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나의 모습들로부터, 솔직할 수 없었던 순간들로부터, 온전히 즐길 수 없었던 관계들로부터, 현재에 존재할 수 없었던 그 때로부터 벗어나 진짜 나의 내면을 마주하고 내가 나로서 지금 여기 호흡하고 움직이고 있음을 감각하며 이 순간에 뿌리내리는 시간. 나는 그 시간을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의식적으로 요가를 한다. 요가에서 삶으로 확장되어 삶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얼마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흔들리는 나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지 실감한다. 그럴때면 편안한 시간 속에서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것 같았으니까.
작년 7월 퇴사를 하고 지금까지 약 1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시간은 흘러갔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고 묻는다면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흘러가는 것도 정체되어있지 않고 그 안에서 움직임이 있어야만 흐를 수 있다.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감정, 열망, 흥미, 취향을 수용하며 느껴지는 대로 느끼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물이 움직임을 가지고 흐르듯이 지냈다. 스스로 흐름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고 나도 모르게 인생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주기도 했다. 나는 그 속에서 매우 편안했고 즐거웠고 내가 더 커질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삶을 타면서 유연하게 살아가고 싶다.
뿌리내림과 동시에 흐르는 것의 중요성을 함께 느낀 시기였는데 그래서 요즘 더욱 와닿은 문구가 아닐까 싶다. I am rooted but I flow. 흐르기만 하다 보면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내가 있어야 할 지점과 곧게 뿌리 내리다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아름다움들을. 모두 허용하며 앞으로도 뿌리내리지만 흐를 수 있는 나로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