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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18. 2023

생애 첫 해외취업과 해외살이

쿠알라룸푸르, 그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에서

옛날부터 막연하게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랑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덕에 다른 나라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는데 이런 성장배경이 한몫을 한 것도 같다. 거기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 나의 성향까지 더해져서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한국에서 살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좀 살아보고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결론까지 도달해버린 것이다. 그 막연했던 생각이 현실이 된 지금, 온 지 얼마 안 된 이곳에서의 생활에 하루하루 적응하기 바쁘다가도 가만히 요즘의 일상을 곱씹다보면 이 시간들이 꿈같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신기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랜덤으로 마구 일어나는 그런 꿈.


취업을 하고 나서 입사일까지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중간중간 비자 문제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들을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뭐 그 일들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겠는가. 그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내 자유를 불태우기 위해 야무지게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비행기를 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다 출국 5일 전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짐을 싸면서도 내가 지금 정말 한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로 여행도 아닌 일을 하며 살러 가는 게 맞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실감이 안나는 채로 아예 출국을 해버릴 수도 있었는데 그때 나는 왠지 어떻게든 실감을 하려고 애썼던 것도 같다. 혹시라도 내가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혼자가 되었을 때 실감이 나면 좀 외로울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떠나기 며칠 전부터는 집에만 있으면서 캐리어에 짐을 차곡차곡 정리하기도 했고 내 마음속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내 두 발로 땅을 밟기 전까지는 여전히 완전히 실감이 날 수는 없었지만.


무사히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해 이미그레이션에서 워킹 비자를 보여주고 검사를 받던 게 생생히 기억이 난다. 워킹 비자를 보여주고 다른 나라에 들어가 본 적은 없어서 그 순간이 꽤나 짜릿했다. 워킹 비자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가 무사히 펼쳐졌고 나는 커다란 마음으로 이 여정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말레이시아 살이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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