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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20. 2023

시간이 지나며 선명해지는 것들

1년 전 그때의 발리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 스토리를 넘기던 도중, 발리에서 머물었던 홈스테이 주인 아저씨 딸의 스토리를 보았다. 내가 자주 앉던 자리에서 찍은 평화로운 집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는데 몇 번이고 다시 보고 다시 보았다. 당시 그 집에서 지내며 자주 느꼈던 행복감, 여유로움, 따뜻함이 그대로 배어있어서 마음이 차올랐다. ‘맞아. 이맘때 발리의 날씨는 참 좋았었지.’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다 보면 새소리, 따뜻한 햇살, 파란 하늘, 덥고 상쾌한 바람 냄새들이 느껴지곤 했다. 그건 내게 더없는 행복이었다. 어느덧 발리에 있었던 시간이 1년 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때에도 내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에 충분히 감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내겐 발리에서의 기억이 그렇다. 4개월 동안의 발리여행은 내게 단순히 여행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의 길었던 스물여섯 살의 여름이, 단연코 내 삶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시간 속에서 느꼈던 자유, 해방감, 용기, 고요함, 집중, 평화로움의 감정은 여전히 지금까지도 단언컨대 앞으로도 내가 평생 동안 추구하고 싶은 것들이며 나의 완전한 행복에 가장 가까운 것들이다. 손에 꼽을 만큼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 그 시간 속에서의 깨달음이 여전히 현재 내 삶에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연결성이 참으로 반갑다. 그때의 행복감과 수많은 영감을 차곡차곡 잘 내면화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덕분에 발리라는 공간은 내게 참으로 상징적이다. 기쁠 때도 떠오르고 마음이 힘들 때도 떠오르는 아름다운 기억이다. 언제 다시 가게 될까.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또 무엇을 느끼게 될까. 그래서 더 아껴두고 싶고 동시에 가장 가고 싶은 그리운 발리. 그리운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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