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용기
일 년 만에 발리를 다시 찾았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쯤 희미하게 보이는 발리의 저녁 불빛들을 보자마자 가슴이 뛰고 울컥하기까지 했다. 발리는 단순히 작년에 ‘퇴사 후 오랫동안 머물렀던 여행지‘라고 하기엔 부피가 너무 컸다. 발리에서 나는 용기를 얻었고 새로운 도전을 했고 꿈을 꾸었고 균형을 찾았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할 수 있고, 꿈을 꾸고, 균형을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게 된 편에 가깝다. 발리는 내가 내 삶 속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만족하는 삶을 살라고, 머뭇거릴 때마다 나의 마음을 따르라고 알려준 곳이었다.
발리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 다이어리를 썼다. 설레고 넘치는 마음을 적어내고 동시에 조금은 가라앉히기 위함도 있었다. 내게 작년의 발리는 너무도 강렬했고 상징적인 무언가로 의미가 큰 곳인데 이번에 다시 찾은 발리가 예전만큼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곳이 달라졌거나 혹은 내가 달라져서 그때만큼의 영감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너무 아끼다 보면 달아날까 두려운 법이고 그때의 아름다운 기억이 이후에 조금이라도 다르게 해석될까 두려웠다.
두려움이 무색하게도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벅차게 행복했다. 단순히 좋음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행복감’을 아주 자주 느꼈다. 이번에도 명상을 하다 눈물이 났고 아침에 행복하게 요가를 했고 석양이 지는 바다를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작년과는 또 다른 경험을 했고 또 다른 꿈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내게 어떤 새로운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지금 나의 상황에 맞추어 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졌고 용기가 생겼다. 이상하게 발리에만 오면 자신감이 생긴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자연이고 모든 것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각자 속에서 자연스레 펼쳐져있는 느낌이고 동시에 누군가 나에게도 무엇이든 해보라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한계 없이 꿈꾸라고 끝없는 응원의 에너지를 주는 듯하다. 지난 4개월에 비해 턱없이 짧았던 4일의 시간이었지만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돌아보며 깨닫는다. 발리는 이렇게 또 나를 환기시킨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은 섬에서 또 한 번의 마법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꼭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왜인지 작년에 떠날 때보다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는 돌아왔고 다시금 나를 정비하고 용기를 내어본다. 정말 내가 하고 싶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