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Oct 08. 2023

3개월 만에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 해외살이

한 달 전쯤 엄마, 아빠가 다녀갔다. 한국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난 날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작은 딸 주겠다고 햇반, 김치, 라면부터 각종 밑반찬까지 다 준비해서 캐리어를 족히 3개는 꽉 채워서 들고 온 엄마, 아빠. 커다란 짐을 들고 있는 엄마, 아빠를 공항에서 마주하자마자 너무도 익숙한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고 반가웠다. 사실 만나기 전까지는 엄마, 아빠가 나를 너무도 보고싶어하는 것과는 다르게 좀 무덤덤했었는데 막상 엄마, 아빠를 보니 드디어 집에 온 것 마냥 몸과 마음이 아주 안정되고 편안한 기쁨으로 차올랐다. 마치 내게 이 순간이 꼭 필요했던 것처럼.


하필 엄마, 아빠가 오는 다음날이 이사를 하는 날이라 오자마자 엄마, 아빠는 내 이사를 도와주느라 바빴다. 회사에 휴가도 안냈던터라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엄마, 아빠가 이사의 모든 것을 다 해주었는데 오자마자 고생하는, 그리고 나 편하라고 그 이상으로 뭐라도 더 해주려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무사히 이사를 끝내고는 드디어 엄마가 해주는 밥으로 아주 오랜만에 엄마, 아빠랑 같이 식사를 했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항상 식구들끼리 같이 밥을 먹는 것에 대해서 되게 중요하게 생각을 했다. 그냥 밖에서 친구들과 먹고 싶기도 하고 배가 안고프면 나중에 먹고 싶기도 했던 나는 그런 엄마와 때때로 부딪히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든다. 옛날에 그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함께 밥을 먹었던 그 시간이 참 소중했음을, 가능한 그런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준 엄마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온갖 음식들로 밥을 먹으며 보낸 시간은 나의 몸과 마음을 충만하게 해 주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에 아무리 적응이 되고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편안할지언정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늘 크고 작은 자극들이 있기 마련이다. 엄마, 아빠를 만나고 한국에서처럼 평범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그 순간에 나는 진짜 집에 온 것처럼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편안해졌다. 맥주 한잔과 함께 어두워질 때까지 식탁 앞에 앉아 이야기 나누던 그 시간이 나는 너무 행복했고 어쩌면 내가 가장 그리워해온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엄마, 아빠와 같이 살 때에는 다양한 엄마, 아빠의 모습과 함께 살게 된다. 부부로서, 자식으로서, 또는 엄마, 아빠 개인으로서의 모습까지. 그러나 이번에 엄마, 아빠와 함께한 5일 동안은 오로지 자식을 걱정하고 뭐라도 더 해주려고 하는 헌신적인 엄마, 아빠의 모습으로 내내 함께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하는 내내 부모님의 헌신적인 모습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많이 들었다. 휴가 내고 와서 같이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딸 혼자 사는 곳에 온 부모의 마음이 또 그렇게 쉽게 쉬어지지는 않았는가보다. 부모가 있을 때라도 잘 차려진 밥을 먹이고 싶고 딸 청소 한 번이라도 안 하게 해주고 싶고 최대한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다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그 마음을 마냥 고맙게만 받고 싶은데 왜 자꾸 미안함이 들었는지, 나도 성장을 하고 철이 든 건지, 이럴 때면 그냥 마냥 좋기만 하던 어린 마음을 갖고 싶어지기도 한다. 미안함을 느끼는 만큼, 내가 더 커버린 만큼, 엄마 아빠도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함께 드니까.


더할 것 없이 충만하고 따뜻했던 시간. 커다란 사랑으로 몸과 마음이 충전되었으니 다시 또 힘차게 즐겁게 살아가야지. 누가 뭐래도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이 우선이고 가족이 최고임을 한번 더 깨닫는다. 오늘은 엄마, 아빠랑 통화를 하고 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에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