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의 직장 문화
올해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나의 두 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아직도 회사 첫날, 한국에서와는 너무나도 다른 자유로운 직장 문화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물론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회사마다 다르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유독 더 자유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느꼈던 한국에서의 직장문화와 다른 점들 중 하나는 먼저 상사와 팀원 간의 관계가 매우 수평적이라는 점이다. 이건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면 공통적인 부분일텐데 매니저를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에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가 동등해진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호칭으로 먼저 섣불리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상사 대 팀원이 아닌 개인 대 개인으로 동등하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그렇게 상사와의 관계는 함께 일을 하는 동료가 된다.
또한 일에 집착하고 매달리지 않는 직장문화다. 외국 회사들은 일보다 삶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는 이야기는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어서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여기서 회사를 다니며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일단 근무시간에도 굉장히 자유롭게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특히나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은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가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emergency leave라는 게 따로 있어서 예를 들면 자식이 아프거나 아니면 급하게 어딘가에 가야 하는 경우 굉장히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다.
이 외에도 회사 특성상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등 사소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자유가 보장되고 유연한 조직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런 모든 것들이 더해져 회사일과 내 삶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레 회사를 내 삶을 잘 살기 위한 하나의 일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게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하다. 나는 딱 이 정도의 직장과 삶의 균형이 좋다. 그리고 요즘 나는 직장 이외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