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Jan 02. 2024

2023년 나에겐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

2024, happy new year!

지난 발리에서의 글에 이어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괜히 브런치는 더욱 더 정제된 언어로 완벽하게 써야 될 것 같다는 어떤 부담감에 잘 못 쓰게 된 것 같다. 새해 1월 1일이 지나기 전에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23년을 회고하고 다가올 2024년을 반기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올 해에는 브런치에 자주 글을 써야지.


2023년을 돌이켜보면 크고 작은 변화들과 그에 맞게 새로운 경험과 도전들이 가득 찼던 해였다. 사실 나에게 있어 새로운 경험과 도전의 기준은 높지 않다. 도전이라고 해서 큰 마음을 먹고 시작하는 커다란 도전이 아닌 사소하게라도 무언가 작게 시도해 보는 것, 그것도 내게는 경험이고 도전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나를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줄테고 결국엔 어떤 지점에 닿게 해 줄 테니까.


나의 2023년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1. 2023년의 시작에는 추운 겨울날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기억이 있다. 어둑한 아침에 일어나서 수면양말을 신고 거실로 나가 차를 마시며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아침을 깨우곤 했었다. 요가를 한 뒤 따뜻한 아침 햇살이 들어올 때면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도 쓰며 퇴사 후 자유였던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 고민의 결과로 새롭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도 해보았다. 처음으로 요가수업을 열어보고 사람들을 모으고 수업을 준비하고 피드백도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새롭게 한다는 것에 설레던 시간이었다. 그 시기에 느꼈던 생생한 감정이 있다. 되게 불확실하고 두려운데 아예 처음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기 위해 하나씩 일구어 나가는 것이 너무나 뿌듯하고 의미 있다는 것. 수업이 끝난 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너무 편안하고 잠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는 말씀들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 말들을 듣고 너무나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던 나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내겐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시간이었다.


2. 2023년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올 즈음에는 새로운 결정을 했다. 해외취업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출국하기 전 시간 동안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만끽하기 위해 3월부터 5월까지 정말 많은 여행을 했다. 3개월 동안 부산, 춘천, 제주도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일본, 대만, 뉴질랜드까지 다녀왔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 세계가 넓어지고 생각이 커지는 여행을 나는 참 좋아한다.


3.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고 6월,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출국 전 그리고 출국 후 말레이시아에서도 집을 구하는 일이나, 세금 문제 등 많은 생활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었고 쉽지 않은 이 과정에서 나는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경제적 독립, 해외에서 일하는 것,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처음 해보면서 해외에서 여행하는 것과 사는 것은 정말 다른 일이고, 경제적 독립은 정신적 독립을 수반하고,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해외에서 혼자 살아갈 땐 종종 외롭다는 것. 내가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더욱 뚜렷하게 보였고, 독립과 함께 내 생각은 더 커지기도 했고, 여전히 모르지만 이전에 비해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았다.


4. 무언가 충족되어도 다른 어딘가에서 또 결핍이 생기고 나는 결국에 나에게 최대한 완전한 상태를 주고 싶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내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나는 또 고민하고 실행해보고 깨닫는 과정을 지날 수밖에 없구나, 그게 다시 나를 고민에 빠뜨리고 에너지를 쓰게 하더라도 나에겐 만족스러운 삶을 잘 사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인생이 너무 소중하고 내가 너무 소중해서 나의 삶이 완전했으면 좋겠는 마음. 그 마음을 회피하지 말고 잘 마주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게 나이니까.


5. 여전히 뜨거운 여름의 12월, 하이아웃풋 클럽의 셀프디깅에 참여했던 것은 내게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낳았다. 셀프디깅에서 얻었던 용기와 자신감을 동력으로 앞으로 더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가 원하는 삶을 그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우리 모두는 각자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든든하고 단단해진 마음으로 나와 어울리는 도전을 자주 해볼 것이라고 결심했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인데 1월 1일 새해에는 유독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렇지만 또 이런 것들이 나만의 기점을 만들어주고 다짐을 하게 해 주고 정리를 해준다는 면에서 이 귀엽고 작은 행위를 매년 이어간다. 올해 말에는 올해를 회고하며 어떤 생각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모든 것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올해도 올해가 지나는 것에 아무런 미련이 없이 잘 지내보기를 바라본다.


2023년은 많은 기반을 마련해 놓은 해였던 것 같다. 2024년에는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해보았으면 한다. 더불어 올 해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흘러가게 두면서 그 안에서 나에 대한 믿음과 평온함을 잃지 않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1년만에 다시 찾은 발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