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thingnewri Nov 08. 2022

#3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반짝이는 별

강릉 한달살이

오늘의 글은 음악과 함께 해주세요.


논골담길에서 조금 더 올라가 동해의 밤을 한참 바라보는데, 홍이 반대쪽을 향해 팔을 쭈욱 뻗었다. 저편에 있는 산에 가면 뷰가 예쁘다는 말을 해왔다. 그는 10분이면 반대편까지 간다고 했다. 우리는 당연히 좋다고 했고, 홍이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홍과 앤이 ‘추암 촛대바위’ 를 얘기했다. 생소한 이름에 나는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앤은 추암 촛대바위가 정말 멋있다고 말했고, 홍은 촛대바위를 모르면 지금 가보자며 행선지를 바꿨다.





나는 바위나 동상같이 크고 억센 물체엔 원체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굳이 왜 사람들이 바위에 이름을 붙이고 보러 가는지에 대해 의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앤의 말이 맞았다. 거친 파도에 맞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촛대바위는 물론이고, 그 주변의 다른 바위들과 어우러지는 밤의 바다가 멋있었다. 이날의 밤바다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 억겹의 시간 동안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깎여나간 바위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홍에게 내가 본 겨울의 추암은 사납고 험한 느낌이라고 말하자, 홍은 본인이 찍은 드론 영상을 보여줬다. 여름의 추암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평화롭고 고요했다.  



근처의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홍이 말했던 이름 모를 산으로 향했다. 차는 가로등이 없는 험한 산을 덜컹덜컹 올랐다. 야생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야산이었다. 홍은 도통 설명을 안 해줬고, 앤과 나는 두려워하며 차에서 내렸다. 홍을 따라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정돈된 나무데크가 있었다. 나는 이제서야 이 곳이 인적 없는 야산이 아님을 알았다. 우리는 등산로가 아닌 길로 올라온 거였다.





그곳에 서니 동해의 바다와 하늘이 한 눈에 보였다. 별이 쏟아졌다. 앤과 나는 하늘의 별에 감격했다. 홍은 이걸 보여주려고 여기에 온 거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춥고, 건조하고, 서풍이 부는 날엔 별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다. 거센 바람이 불어, 온몸이 떨렸지만 내려갈 수 없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동해를 내려다 봤고, 별을 바라봤고, 박보검과 적재의 '별 보러가자'를 들었다. 적재의 노래는 가을에 하는 짝사랑 같고, 박보검의 노래는 봄에 하는 썸같다는 시덥잖은 말을 하며, 그렇게 우리는 울다가 웃다가 산에서 내려왔다.





차를 타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붉은 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면 타버릴 것만 같은 다홍색이었다. 나는 '달을 떴다고 전화를 줄 만큼 아름다운 달은 저런 달 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덜컹거리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 한참동안 달을 쫒았다. 홍이 들려주는 음악들도 이 날의 분위기와 퍽 어울려 무척이나 좋았다.



앤의 친구 , 홍은 무뚝뚝하지만 세심하게 동해를 소개해줬다. 논골담길 이후 늘어나는 일정에도 자기가 데려다줄 테니, 기차 막차도 걱정 말라고 했다. 홍은 동해에서  시간을 달려 우리를 강릉에 데려다줬다. 동해의 산과 바다, 그리고 별과 달까지  . 홍에게 정말 감사했던 하루다.



한달살이로 강릉에 온 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따스하고 다정한 앤과 묵묵히 챙겨주는 홍이 얼어붙은 내 맘을 사르르 녹였다. 강릉에 돌아와서 나는 앤에게 말했다. “강릉에 오길 잘한 것 같아요.”



강릉 4일차, 이렇게 나의 진짜 강릉 한달살이가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 동해 묵호 논골담길과 예술의 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