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결혼을 안 한다고 걱정한다. 결혼을 해도 애는 안 낳는다. 지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쓰레기와 오염으로 지구가 죽어가는데 애를 낳는 건 죄라 한다. 여전히 환경문제홍보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 미국에선 환경문제를 인식시키기 위한 분신자살에까지 이르렀다. 2018년 4월엔 뉴욕시에서 인권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였던 데이비드 버켈(David Buckel)이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자살했다. 당시 60세였던 그는 분신자살에 앞서 두 페이지의 노트를 언론사에 보내 “화석 연료로 인한 나의 때 이른 죽음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고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2022년 4월엔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였던 윈 브루스(Wynn Bruce)가 분신자살했다.
몇 해 전 월드뉴스 시간에 잠시 나온 COP26 관련 보도 속 어린 소녀의 푯말 “당신이 안 한다면 누가 할 것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것인가?”라는 문구가 마음에 가시처럼 박혀있다. 당시 그 문구에 이끌려 찾아본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의 자료에 따르면, 인류는 1970년 이후로 포유류, 조류, 어류와 파충류의 60%를 멸종시켰고, 생식에 깨끗한 물이 필요한 동물과 어류는 83%가 사라졌다. 또한,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 음료캔, 일회용 용기 등등의 쓰레기로 이를 섭취하는 동물들이 매해 백만 마리 이상이 죽고 1억 마리 이상의 돌고래, 물고기, 거북이 등이 사라져 간다. 게다가, 날마다 뿜어내는 탄소와 화학물질 폐기 등으로 인한 오염은 동물 및 어류뿐 아니라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죽인다. 매해 3백만 명 이상의 다섯 살 미만 아동이 환경오염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런 환경 문제뿐 아니라 산업화된, 거대한 사회 속에서 노동 착취와 같은 사회 문제, 부정부패 등 거버넌스 (ESG) 문제를 포함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수의 노력은 눈물겹게 계속 돼왔다. ESG 개념은 2006년 UN의 책임 투자 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ESG 기준을 만들어 기업의 재무평가와 보고에 포함하도록 추진해 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든, 사회든, 국가든 변화엔 top-down과 bottom-up이 모두 일어나야 한다. 도시 속에서 모든 산업화된 생산물에 의존해 살아가는 개개인이 매 순간 선택하는 작은 행위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바꾸어야만 한다.
그런 의식에서, 푯말을 들고 섰던 파란 눈동자, 금발 머리의 어린 소녀의 눈동자를 기억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했다. 2021년 가을, WWF 웹사이트에 들어가 “당신의 세상을 위해 싸울 12가지 방법”을 클릭했다. 첫째, 환경파괴로 멸종 위기에 있는 코끼리, 펭귄, 흰 표범, 북극곰, 팬다, 호랑이, 거북이, 사자 등등의 동물을 지원하라. 둘째, 당신의 삶의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발자국을 재어보라. 두 번째를 클릭하니,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먹는 것에 관해 얼마나 고기를 자주 먹는지, 일주일에 외식 혹은 포장된 음식을 얼마나 먹는지, 음식물 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 수입된 식재료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재배된 것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물었다. 다음으론 교통과 여행에 관한 질문으로, 어떤 차를 운전하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얼마나 여행을 자주 하는지 묻고, 또한 어떤 집에, 에너지원과 그 효율성 등의 주거방식에 대해, 그리고 소비에 대해 물었다.
답을 마친 후, 연간 12.68톤에 달하는 내 탄소발자국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내 수치는 2021년 평균 목표치인 10.5톤에 비해 20% 이상 높은 것이었다. 이 목표치는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오르면 극심한 자연재해, 수면 상승 및 급격한 생태계 파괴로 인류 생존의 위협을 받은 지경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이 0인 ‘넷제로’를 이루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 내 탄소배출량의 절반은 집에서, 30%는 소비, 나머지 20%는 음식에서 나왔다. 그나마 팬데믹으로 운전해서 다니는 시간도 거의 없고 지난 일 년간 비행기를 타고 다닌 일이 없는데도, 불필요하게 큰 집에, 소비 지향적인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내 삶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 분석을 본 후로 내 삶의 주거방식, 먹는 것, 입는 것 등 모든 행위가 지속가능한 세상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악화시키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도시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성장하며 산업화된 삶에 길들여진 내가 다른 방식을 찾아 스스로를 길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2023년 한 해동안 매달 한 편씩 쓰는 미주 한국일보의 주말에세이를 ESG문제를 고민하며 썼다. 신문 지면의 제한성 때문에 다 담지 못했던 것들을 더해 그렇게 글들을 모았다.
한 지인이 최근 “방탄노년단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문자로 전해주었다. 방탄노년단은 ‘60+ 기후행동’ 회원들이 만든 문화예술 동아리로 60+ 기후행동은 2022년 1월 서울 탑골공원에서 창립발대식을 한 이후 “청년 기후행동 뒷배 행동”, “아기 기후소송 연대” 등 여러 활동을 이어왔다 한다. 글을 쓴 전범선은 지난 3년간 젊은 세대의 기후운동가들이 “전쟁터에서 전우가 쓰러지듯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극심한 기후우울증과 소진(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 생명, 생태, 녹색운동, 동물, 기후, 여성운동을 하는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답답하기 마련이다. 세상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붙잡고 있기 힘들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재난이 잦아지고 생태계가 황폐해진다. 도대체 어디서 꿈과 희망을 찾을까?”라고 토로했다. 그는 방탄노년단을 통해 미래를 보았다고 한다.
방탄노년단, 영어로 쓰면 BangTan Noyeondan, 이니셜은 BTN이다. Back-To-Nature와 같은 이니셜이다. 젊은 이와 노인, 장년과 중년, 남자와 여자, 한국인과 미국인, 아프리카에서 아시아까지, 모든 사람이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지구는 하나다. 당신과 나,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