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요정을 부탁해!
지금 나의 최대의 스트레스는 집청소다.
정리되지 않은 집에 들어왔을 때의 갑갑함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아니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마음은 이미 편하지 못하다.
문을 열었을 때 텔레비전에서 보던 정돈된 집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도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은 5명이고 주로 정리를 하는 사람은 1명이다.
청소도 싫고 혼자 하는 게 억울해 자꾸 미루다 보니 집이 이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정리 좀 하라고 잔소리하면서도 나부터 못하는 게 양심에 찔린다.
정리안 된 아이들 책상보다 더한 내 책상은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날씨는 더워져 여름이 왔건만 거실 한편에는 정리해야 할 긴팔 긴바지들이 아직도 쌓여있다.
삶은 이어나가야 하기에 쌓인 물건들과 먼지를 밀어놓고 식사와 할 일을 한다.
그러니 자꾸 생활하는 공간이 좁아진다.
생활도 내 마음도 불편하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밀린 설거지는 그야말로 근심거리다.
바로바로 해야지 하면서도 우선은 쉬고 싶어 미루게 된다.
쌓여있는 그릇들이 꼭 나의 게으름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더욱이 요즘은 날씨까지 더워지며 날파리까지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다.
레비 핀볼드의 <블랙 독>에서 점점 커져가는 블랙독처럼
싱크대 한편의 설거지는 내 머릿속에서 점점 불어나 커져만 간다.
주방이 아니 온 집안이 설거지 그릇에 묻혀버릴 것만 같다.
그것 하나 못해내는 내가 너무나 못나 보인다.
설거지도 집안 정리도 못하니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나를 잠식해 버린다.
지난주에는 정리하지 못한 집을 뒤로하고 약속했던 만남을 가졌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도 잠시 서로의 이야기 사이에 자꾸만 더러운 거실의 모습이 끼어들었다.
나는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결국 정리는 하지 못했다.
정해진 곳에 출퇴근하는 회사원도 아니고 워킹맘이라 당당히 얘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살림만 하는 전업의 주부도 아닌 스스로를 반업주부라 칭하고 싶은 나는 청소서비스를 받는 게 늘 고민된다. 나는 여러 번 참은 끝에 SOS를 부르는 심정으로 청소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그냥 내가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청소서비스 앱을 열었다 닫았다 결제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5시 전에는 예약해야 내일 청소요정이 올 텐데, 손가락이 머뭇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