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취미 서예
재능은 없지만 끈기는 있습니다.
어렸을 때 서예학원을 4년간 다녔었다.
한글, 한자, 사군자까지 배우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다.
엄마는 네가 예술적 재능이 있는 건 아니라서 계속 배우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하셨다.
그때는 그 말을 되돌리는 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지내던 어느 날부터 다시 서예를 배우고 싶다고 마음이 들었다.
둘째를 낳고 서예학원까지 찾아가 상담을 받았지만, 유모차에 탄 아이를 데리고 가서 배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댁에서 분가를 하고 독박 육아의 시기를 지나 아이들이 각각 기관에 가게 되었다.
드디어 혼자의 시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또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민센터 서예반에 등록했다.
매일 세 아이들 속에서 복작거리며 시끄럽고 소리지르며 사는 게 일상이었다.
첫 수업을 갔던 날 이렇게 여러 사람이 있어도 조용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오랜만에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 고요함과 집중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잔잔해졌다.
선생님 작품 <그리움>-최다원
수업이 시작되면 한 명씩 체본을 받는다.
선생님이 그림 그리고 글씨 쓰는 것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날것 같이 뭉클하고 힐링이 되었다.
그렇게 매주 금요일 2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오래전 엄마의 말대로 천부적 재능을 타고 나진 못했다.
5년 동안 대단한 것을 이루지 못했다. 다른 일들이 많아 서예에만 올인하며 지내지도 못했다.
하지만 매주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 글씨를 쓰며 나의 마음을 다스렸다는 것, 5년간 성실하고 끈기 있게 취미를 유지해 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서예를 시작한 2018년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였다.
아이 셋을 육아하는 것도 험난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시련들이 몰아쳤었다.
그때에 나를 치유하는 서예가 없었다면 나는 마음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 같다.
여유를 갖고 마음의 휴식을 할 수 있다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스스로의 성실함과 끈기를 증명하며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이 서예였던 것이 더욱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