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고 잘 자는 삶
편하게 쉬면 오히려 불안하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쉬는 걸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한 게 미덕이라 배워왔다.
할 수만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하는 게 좋다고 말이다.
지금은 주 5일 근무가 보편화되었다.
아이들에게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고 회사 갔다는 이야기가 낯설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아버지도 매일 바쁘셨다.
특히 야근하고 오신 날은 낮에 주무셨다.
우리 남매는 아빠가 깨지 않게 조심하고, 조용히 놀아야 했다.
아빠와 얘기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어린 마음에 아빠가 너무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어도 아빠는 쉴 수 없었다.
집안에 고장 난 곳이 있으면 고치고, 화단 정리도 해야 했다.
그 시절의 부모님에게 휴식이라는 단어는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내 능력만큼 아니 그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20대에는 잠자는 시간을 아껴 뭐라도 더 해내고 싶었다.
일본 작가가 쓴 <4시간 숙면법>이라는 책을 찾아보기도 했었다.
당시 이 책을 비롯해 수면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꽤나 유행했었다.
마치 4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은 비법을 모르고 잠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거라고 비난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정 시간 이상의 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나의 생활은 덜 자기 위해 애쓰지 않고,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체력이 허용하는 내에서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할 일들을 효율적으로 빨리 끝내고 쉬고 자는 시간을 확보한다.
쉬기 위해 일을 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 하나 끝내면 커피 한잔해야지.’
‘집안일 하나 마치고 누워서 쉬어야지.’
예전에는 한쪽씩 읽는 책이 잠깐의 휴식이 되었다.
아이들 애기 때 <좋은 생각> 같은 얇은 책을 틈날 때 한쪽씩 읽으며 한숨 돌리곤 했다.
일상에 지치고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책 속으로 빠져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읽어야 할 책들이 과제처럼 쌓여 있어 그 기분이 나지 않는다.
최대한 미루던 유튜브 시청을 시작한 이후로 영상을 보면 즉각적인 도파민이 형성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의 피로도를 알기에 휴식시간을 뺏기지 않게 절제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최고의 휴식과 독서도 유튜브도 아닌 결국 잠인 것 같다.
가장 나를 충전시켜 준다.
진부한 얘기지만,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것만큼 감사하고 행복하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