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일본을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신혼여행 때 홋카이도의 삿포로와 오타루를 잠시 다녀온 이후로 무려 16년 만의 방문이었다. 게다가 그때는 엄청난 눈이 쌓인 설경과 오타루의 아기자기한 풍경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친절하고 절도 있는 택시기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창 밖으로 방금 청소를 마친 것 같은 깨끗한 거리가 펼쳐졌다. 구획이 잘된 도로와 주차장,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경차들의 모습이 여행온 기분을 나게 했다. 숙소는 무척 작은데도 필요한 것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도로에서 숙소에게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질서 정연한 모습에서 일본인들의 생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어디를 가도 청결하고 관리가 잘 된 화장실이 있어 마음이 편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버스였다.
버스 기사는 모든 사람들이 내릴 때까지 버스를 멈추고 하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유모차를 든 승객이 유모차를 내리를 것까지 직접 도와주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이번 여행에는 아주버님이 함께해 주셨다. 여러 차례 일본을 다녀오신 덕분에 우리에게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주셨다. 평소 여행을 준비할 때면 일정을 짜고 맛집을 찾아 예약하는 일이 큰 부담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걱정이 없어서 마음이 무척 편안했다.
한편으로는 시부모님과 아주버님, 남편 그리고 아들 셋과 함께하는 대가족 여행이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다니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발 전부터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
한편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됐다. 왜인지 아이들이 떼를 쓰거나 소란을 피우면 엄마인 내가 먼저 눈치를 보게 되는 게 현실이니까.
문득 나의 첫 해외여행이 떠올랐다. 대학교 2학년 때 간 유럽 배낭여행으로 비행기도 그때 처음 타봤다. 방학 동안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두 개씩 하며 돈을 모아 이듬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었다. 직접 모은 여행경비여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여행 이튿날에 현금을 잃어버려 알뜰한 배낭여행을 해야 했다.
그런데 새로운 곳의 구경보다는 게임을 찾고, ‘다리 아파’, ‘날이 더워’라며 칭얼거리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의 가치를 아직 모르는구나 싶어서.
여행 마지막 날,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다이소와 서점 구경을 나섰다.
일본의 다이소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일본만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디자인과 상품들이 가득했다.
서점에서는 일본의 그림책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만끽했다. 신간위주로만 진열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오래전부터 사랑받는 그림책들도 구비하고 있어 좋았다.
언어는 모르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골라 담아왔다.
고운 분홍색 표지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포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