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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1. 2023

부부, 전쟁과 휴전 끝에

돕는 배필이란


결혼하고 나서야,  내가 이런 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것 좀 도와줄래요?"


도움이 필요한 순간.

혼자 끙끙거리며 일하는데도

남편은 잘 몰랐습니다.

(나는 도와달라는 말을 할 줄 몰랐고요)


전쟁과 휴전,

전쟁과 평화회담을

반복한 끝에...


나는 "똥이 이것 좀 도와줘요"를 연습했고,

남편은 "김쓰 뭐 하면 될까?"를 배웠습니다.




교회 여성 공동체 'GIFT (선물)'에서

수요일마다 말씀을 배우고 있습니다.

엄마, 아내, 며느리의 경험을 가진 

전도사님의 말씀은 

짧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세요. 


전도사님의 설명을 듣고,

'돕는 배필'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남성과 여성.

각자 부족함이 없다면,

서로 도울 필요도 없겠죠.


'나는 무엇이 부족하고,

그는 무엇이 부족할까요? '


신혼 때 서로에게 

야식 메뉴를 묻기보다

이런 질문을 했다면

전쟁이 좀 줄었을텐데..



돕는 배필이 된다는 건,

'나에게는 이런 부족함이 있구나.

그에게는 이런 부족함이 있구나.'

알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됨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 10년을 넘기며

받아들이게 된 반전. 


채워져야 하는 

가정의 부족함은 끝이 없고, 

아무리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돕는 배필'의 손은 그 필요를 

다 채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상대에게 모든 것을 바라고 

신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자세를 버릴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가 주는 선물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헨리 나우엔의 속깊은 조언을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결혼 17년차 되어가니,

'돕는 배필'을 더 이상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관계로만

이해하지 않게 되더군요.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할지라도

서로를 안쓰럽게 바라볼 수 있는 관계.

그런 '돕는 배필'을 배워갑니다.


우리 가정의 필요는

돕는 배필로 이어주신 분이

채워주고 계심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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