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 차의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현대미술은 종종 나를 불편하게 해요.
그런데 현대미술 작품의 신기한 지점은,
나는 이 작품이 불편한데
같은 작품 앞에서 감탄을 하는
감상자들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미술 공부를 하면서 바뀐 것이 있다면,
“이 작품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땡! “ 대신에
“이 작품의 어떤 부분이 나를 불편하게 하지?”
질문해 보려고 해요.
스페이스K에서 열린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의 전시를
보고 왔어요.
(갤러리 근처에 일이 있었던 덕분에)
전시장을 찾아간 이유는,
한국의 전통 문화가 현대미술에서
어떤 시선으로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제이디 차 작가는
한국계 캐나다인입니다.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전시 제목부터 흥미진진하죠.
‘구미호’ 처럼 우리를 호리는 것들에 대해
작가는 새롭게 정의합니다.
구미호는 과연 무섭고 위험하고 피해야 할 대상일까?
반대로 매력적이고 똑똑한 존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캔버스에는 매끈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젊은 여성이 아닌 할머니가 등장하죠.
나이 든 여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지혜로움에 대한 동경.
그림 속에 등장한 그녀의 할머니는
캐나다 숲 속에 등장한 인디언 부족의 여성 리더 같기도 하고,
한국의 무당 같기도 합니다.
동양과 서양.
인간과 동물.
현실과 상상.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의 이야기>란
전시 타이틀처럼,
어쩌면, 작가 자신을 “호린 이미지”들은
작품에서 뒤섞입니다.
그렇게 섞인 이미지들이 만들어낸 맛은
감상자마다 다르게 느끼겠죠.
“내 요리의 목적은
당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야”
작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내 요리의 목적은
한 번도 네가 경험해보지는 못한
이상 야릇한 맛을 경험하게 해 주는 거라고!”
그것이 현대미술이 원하는 “새로움”일 수도 있고요.
여하튼,
한국 전통문화가 낯선
외국인 감상자들은 이번 전시에 대해
저와는 다른 반응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인의 시선을 가진 저는
그녀의 작품에 불편한 지점들이 있더군요.
외국여행 가서 현지 사람이 만들어준
이상 야릇한 맛의 김치찌개라고나 할까…
그리고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눈을 호리는 이미지라면
다 갖다 사용할 수 있게 된
현대미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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