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글쓰는 방법을 바꾸고 상대의 마음을 읽게 된 K양
카메라를 들고 산책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저는 글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합니다.
셔터스피드나 조리개를 어떻게 맞추는지
잘 모른 채 셔터만 열심히 눌러대는 수준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우연성에 기대어 찍는 사진도
재미가 솔솔 합니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 보니
어떤 곳에 서서 셔터를 누르냐는 참 중요하더군요.
꽃 한 송이도 위, 아래, 측면
어느 위치에서 셔터를 누르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카메라의 시점처럼 글도 어느 시점에서
풀어가냐에 따라 같은 스토리도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되고는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셨던 소설의 시점처럼요.
네 번째 [마음을 읽는 글쓰기] 시간에는 K양과
소설의 시점을 활용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K양은 주로 일기 형식의 글을 썼습니다.
대부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글이었지요.
그러다보니 글의 주인공은 늘 K양 자신이었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로 글은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이번 시간만큼은 익숙했던 글쓰기 습관에서 벗어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보니 K양은 글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엄마가 주인공이되어 그녀를 관찰한 이야기로 글이 채워질 것입니다.
K양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써 내려간
'엄마와 함께 한 시간' 한번 읽어 볼까요.
엄마는 참 부지런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찬양하고, 말씀 읽고, 기도한다.
자고 있다가 그 소리에 깰 때가 많다.
그리고는 아침밥을 준비한다.
엄마가 아침 준비를 다 마칠 때쯤 나는 기지개를 펴며 방에서 나온다.
어지러워진 주방과 제법 쌓인 설거지 거리들을 보며 입이 뽀로통해지는 데 엄마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미안한 듯 말한다.
"설거지할 게 많지?"
출근하는 엄마를 제대로 배웅도 하지 않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마음이 말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했다고... 아침부터 엄마한테 눈치를 주냐?
엄마는 이렇게 평생을 살았는데...
그치... 엄마는 이렇게 평생을 살았지..'
나는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엄마는 정신없이 집안일하고 제대로 꾸미지도 못한다.
출근할 때쯤이면 이미 지쳐있다.
아침부터 지친 엄마의 하루.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엄마가 꼭 하는 게 한 가지 있다.
저녁 운동이다.
하루는 수영장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장에서 나오는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하고 불렀다. 엄마는 우리 딸 어떻게 왔냐고 내 얼굴을 감싸며 환하게 웃으셨다.
아흔이 코 앞인 딸을 이렇게도 다정하게 이렇게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엄마.
'아,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새삼 절실히 느껴졌다.
올해 50인 엄마. 언제 이렇게 나이를 많이 드셨대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위기도 많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마다 기도하며 잘 이겨내 온 엄마.
나이가 들고 많이 아프고 난 후 부쩍 약해진 엄마의 모습을 본다.엄마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여자임을 본다. 우리 아빠가 이 역할을 잘해줬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일일 테고.
이제 내 차례. 사랑스러운 딸로, 좋은 친구로 엄마를 따뜻하게 보살펴 줘야겠다.
*K양의 동의를 받고 글을 게재했습니다.
느껴지시나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글을 쓸 때의 다른 점을요.
K양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는 처음 써보는 글이라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관찰자 시점으로 글을 쓰니 K양의 시선이 엄마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행동과 표정을 적다보니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느껴지더라고요"
K양은 엄마의 모습을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써내려가며 엄마의 마음을 상상해 보고 그 감정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공감을 통해 엄마와 K양의 마음이 포개지니
엄마와 함께 했던 따뜻한 순간을 떠올랐습니다.
수영장 앞으로 마중 나온 딸을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신 엄마의 품이었지요.
"아흔이 코 앞인 딸을 이렇게도 다정하게 이렇게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엄마.
'아,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새삼 절실히 느껴졌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는 시선으로 글을 쓰게 한다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은 나에게서 타인에게로 옮겨간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느끼고 글을 쓰도록 돕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세요?
그럼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와 함께 한 시간을 글을 써내려 가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마법'의 능력은 없을지라도 그의 마음을 그려보는 '상상력'은 배울 수 있답니다.
이번 [마음을 읽는 글쓰기] 시간에는
소설의 시점을 빌려와서
K양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보는
'상상력' 훈련해보았습니다.
시점을 달리해서 글을 쓰다 보니
어떤 그릇에 글을 담느냐에 따라
글의 모습도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어요.
자신에 대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쓸 때 K양의 글은 무엇을 쓰려는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떠오르는 감정의 정체에 대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요.
그러나 1 인창 관찰자 시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니 K양의 감정도, 글도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되는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다음 [마음을 읽는 글쓰기] 시간에는
또 다른 그릇에 K양의 글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어떤 모양의 글이 나올까요?
<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읽어보기 위한
짧은 글쓰기 Tip>
지금, 내 마음을 섭섭하게 한 사람이 떠오르나요?
아니면 내 마음에 깊은 스크래치를 준 한 사람이 떠오르나요?
속상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편한 관계로 지내고 싶다면 이번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힘들었던 상황을 글로 써보세요.
하나)
나를 섭섭하게 한, 마음 아프게 한 사건을 떠올립니다.
둘)
일단 시작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내 감정 내키는 대로 한번 실컷 써보며 풀어야지요.
셋)
속상한 마음이나 분노의 감정이 조금은 잠잠해졌다 싶으면 그 사건을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볼까요. 글 안에 나는 등장하지만 나의 감정과 생각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잠시 판단은 미뤄두고 상대의 행동과 표정을 상세히 묘사하는데 집중해서 글을 써보세요.
넷)
혹시 글을 쓰는 과정에 상대가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준 과거나
이유가 떠오른다면 그것도 함께 글을 써보세요.
다섯)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사건을 복기하며 글을 써보아도 여전히 섭섭함이나 분노가 풀리지 않는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요. 일주일,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 사건에 대한 감정이 흐려질 즈음 다시 글을 써보면 어떨까요.
* [마음을 읽는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는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과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함께 글을 써보고 나누는 시간이지요. 프로젝트 후 참가자가 혼자서도 글을 쓰며 수시로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에요.
(궁금한 점 혹은 나도 이렇게 하고 있는데 하는 분은 메일 주세요. kisel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