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매력적인 그녀가 되고 싶었던 K양
[마음을 읽는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K양.
그녀의 첫 번째 글을 함께 읽는 날입니다.
기대가 되더군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의 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증이 샘솟습니다.
[마음을 읽는 글쓰기] 프로젝트에서는
문장이 잘 쓰였는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글 안에 마음을 담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가 중요하지요.
"진정성이 담긴 글이 좋은 글이다"란 말이 있듯이
진심이 담긴 글이라면 충분히 좋은 글의 기본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표현의 기술은 그다음 단계이니까요.
처음으로 나눈 글의 주제는 "매력"이었습니다.
글의 형식이나 길이에 대해 K양에게 자유롭게 맡긴 상태라
어떤 글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지요.
그렇게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K양의 글을 만났습니다.
지난 5월 친구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진 만남 이라서도 그랬겠지만
그 사람의 프로필,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가 유쾌해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대화를 나눌수록 센스 있고 재미있는 그가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카카오 스토리 친구를 맺게 되었고,
스토리들을 쭉 읽어보는데 그 사람이 쓴 글에서 배어나오는 향기가 참 좋았다.
...
만나기 전인데 이미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날 좋은 5월 어느 날, 처음 그 사람과 만나던 날,
저녁을 먹고 거리를 거닐면서 그 사람이 했던
따뜻하고 다정했던 말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
이상형에 가까운 외모는 아니었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이 좋은 것처럼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해주길 바랬다.
내가 가진 매력이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이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마음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그에게 계속 내 마음을 보여주며 다그쳤다.
결국 후회와 자책. 헛된 기대만 남기고 그와의 관계는 끝이 나 버렸다.
그때부터 내 모습을 돌아보며 '내게 부족한 것이 뭐였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사람이 만족해했을 것 같은 일들을 찾아 시작해 보았다.
바로 내 생각과 느낌들을 여유롭고 솔직하게 말하기와 영어 공부였다.
(물론 내 필요에 의해서였기도 했지만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내 성향상 그 사람의 영향이 매우 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많은 강의를 듣고, 영어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어느 누군가를 만족시키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단지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필요에 따라 나의 성장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매력을 가꾸고 다듬는데 많이 소홀하다는 리서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먼저 나를 잘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박한 내 모습을 사랑하며 필요에 따라
하나하나 공부하며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매력적인 나만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싶다.
(*K양의 동의를 받고 글의 일부를 게재했습니다)
"나의 매력은 ****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나는 ***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매력 리스트를 나열하듯이 쓰지 않은 것만으로도
K양의 글은 칭찬받을만했지요.
K양은 자신의 매력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한 남자를 만났고,
그와 헤어지게 되면서
마음에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를 솔직하게 글에 담았습니다.
그와의 시간은 K양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화두를 던진
기회가 되었지요.
K양은 그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해 본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보다
나 자신을 위해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더욱 건강한 모습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쓴다"는 행위만으로도
내 마음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내 마음이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게 되지요.
안타깝게도
학창 시절, 숙제를 하느라 억지로 글을 썼던 경험과
'나는 글을 못써'라는 자기 비하가 글쓰기를 가로막고는 합니다.
"쓴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벗기 위해서는
부담 없이 재밌게 놀 수 있는 글쓰기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는
몸으로 뛰고, 부딪히고 놀았지요.
어른들의 놀이터에서는
몸보다 '말'을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K양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는
"이번 주 당신의 키워드는 뭐였나요?"라는 질문으로
한 주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충분히 나눕니다.
(K양과는 친분이 있는 상태라 편안한 분위기가 좀 더 쉽게 이루어졌지요.
처음 [마음을 읽는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분과는 [마음을 읽는 책 읽기]를 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이곳은 내가 판단받지 않고
편하게 나눠도 되는 곳이구나'란
안정감이 있어야 마음이 담긴 글을
스스럼없이 보여줄 수 있는 놀이터가 되니까요.
다시 K양의 글쓰기로 돌아가 볼까요.
# K양이 보여준 것처럼
한 주제에 대해서 한편의 글을 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그 주제와 관련해서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적는다.
둘째, 그것을 경험하면서 내가 느끼고 깨달은 점을 적는다.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고, 정보를 추가하고, 글의 앞뒤 순서를
바꾸며 매력적인 글로 변신시키는 일은 그다음이지요.
일단, 이렇게 커다란 형태를 잡아두고 글을 시작하면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은
글쓰기에 있어서 재료가 많은 '부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의 폭이 좁아도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해 두고,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는 촉을
단련시켜두면 되겠지요.
이런 '촉'도 글을 자주 끄적이는 습관에서부터 나오더군요.
글이란 단어가 부담이 된다면 메모하는 습관이라고 말해도 좋고요.
(밥알에 손가락을 베었던 저의 경험도 글을 쓰는 습관이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당신, 밥알에 손을 베어보았나요? https://brunch.co.kr/@leeeum/2 )
# 제목을 만들고 나면
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보이지요.
K양의 글에는 제목이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글에 제목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다시 자신의 글을 곰곰이 읽어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K양이 입을 열었습니다.
글의 제목은 4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 당신을 통해 나를 보다.
- 그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나.
- 사랑은 나를 다시 보게 한다.
- 우연히 만난 그, 다시 발견한 나
카카오스토리나 페북에 주로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글의 제목을 만들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한편의 완성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글의 제목을 붙이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오늘은 어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까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간판을 보고 음식점을 선택하듯 독자들은 글의 제목을 보고
글을 읽을까 말까를 선택하게 되니까요.
타인에게 글을 보여주지 않을지라도
글 쓰는 사람에게 제목 만들기는 중요합니다.
자신이 쓴 글에 제목을 만들려고 하면
글을 아주 꼼꼼히 다시 읽게 되거든요.
몇 가지 제목을 뽑아두고 보면 알게 됩니다.
나의 글이 무엇에 대해 쓰였는지를 말이지요.
K양이 만든 제목을 보니 그녀가 무엇에 대해 글을 썼는지 알 수 있었죠.
K양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입니다.
매력에 대한 고민도 그로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기에 그에 대해
글을 충분히 쏟아낸 후에야 다른 주제의 글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자신의 글에 대해서 객관적인 눈을 갖기는 참 어려워요.
(그래서 많은 글쓰기 책에서는 며칠이 지난 후에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보라고 조언하죠)
제목을 만들다 보면 내가 쓴 글이
지금 산으로 갔는지, 바다로 갔는지, 아니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갔는지를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K양의 글 덕분에 그날은
연애에 대해, 매력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기 전 K양에게
그와 헤어진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본
K양이 대답했습니다.
"조급했었네요. 그랬네요.... 휴.. "
쓰디쓴 맛만 남긴 줄 알았는데
그와의 만남은 K양에게 자신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매번 멋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처럼
매번 멋진 만남을 이어가면 좋겠지만
글쓰기도 연애도 쉽지는 않네요.
정답이 아닌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글은 쓰고 난 후 실패작처럼 보일지라도
자주 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던데...
연애도 그럴 수 있을까요?
<내 마음을 읽어보기 위한 짧은 글쓰기 Tip>
한 편의 글을 처음부터 짠~ 하고 완성하기는 부담도 되고 쉽지가 않지요.
마음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간단히 메모하는 습관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하나)
마음에 드는 수첩을 마련합니다.
저처럼 손으로 글씨 쓰는 일이 부담스러운 분은 괜찮은 온라인 노트를 선택하세요.
(저는 에버노트를 써요. 글을 쓴 내용을 검색할 수도 있고, 카테고리를 나눠 쓸 수도 있고요.)
둘)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메모할 시간과 장소를 정하세요.
예를 들면,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고 정리한 후 tv를 켜기 전 잠시 식탁 앞에 앉아서 적는다.
(습관을 만들 때 그 습관을 실천하는 장소와 시간을 정해두면 좀 더 잘 지키게 되더군요.)
메모장에 차곡차곡 쌓인 하루하루를 보면 보람과 자존감도 함께 상승한답니다.
셋)
오늘의 메모 가장 윗부분에 '키워드' 한 단어를 적는다.
(키워드 덕분에 한 눈에 메모의 내용이 들어오지요.
나중에 메모가 글쓰기만큼 길어지는 문장이 되면 키워드 달기는 제목 만들기로 바뀌게 되겠지요)
* [마음을 읽는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는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과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수업 후 참가자가 혼자서도 글을 쓰며 수시로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에요.
(궁금한 점 혹은 나도 이렇게 하고 있는데 하는 분은 메일 주세요. kisela@hanmail.net)